BTB 23부 – 국내 정신질환 부정 인식 증가, 미국은 조직 내 자살을 어떻게 예방할까?

2024-10-01     김단아 기자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6월 12일, 국립정신건강센터가 국내 15세 이상 29세 이하 3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정신과 환자는 위험하다’는 응답비율이 64.5%로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왔다.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 반면, 정신과 서비스나 이용방법을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감소하여 정신적 어려움에 처해도 적절한 대응방법을 알지 못해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양수진 정신건강사업과장은 “정신건강에 문제를 느끼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편으론 한국인들이 본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나쁘다고 인정하고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꺼려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한국인의 정신건강 상태와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에서 9월은 자살 예방의 달로,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자살 충동으로 경험했던 사람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자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지원과 자원을 제공할 수 있지만, 반대로 직장 내 요인으로 인해 일부 근로자의 자살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 BLS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자살률은 특히 일반 인구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지난 9일에는 자살로 잃은 모든 생명을 기리기 위한 전국적인 대규모 침묵이 포함된 건설 자살 예방 주간이 열렸다.

 

 

직장 위험 요소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NIOSH의 과학 블로그에 따르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살 충동, 행동, 사망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많다. 이러한 요소에는 ▲낮은 고용 안정성, 임금 및 직무 스트레스, ▲약물 및 총기와 같은 치명적인 수단에 대한 접근성, ▲장시간 근무 또는 교대 근무, ▲직장 내 괴롭힘 등이 해당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요인으로 인해 자살 충동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 연구팀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9세 이상의 근로자 7,082명을 대상으로 주당 근로 시간과 우울 증상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장시간 근로가 우울 증상과 자살 충동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로자를 기준으로 주 53~68시간 근로자의 우울 증상 위험은 1.69배 높았고, 주 6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우울 증상 위험은 2.05배, 자살 충동의 위험은 1.93배 높았다. 반면 주 35시간 근로자는 자살 충동의 위험이 0.55배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근로시간과 우울 증상, 자살 충동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한규만 교수는 “장시간 근로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부터 재충전할 시간을 감소시키면서 번아웃 증후군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많은 조직이 근로자의 정신 건강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살 예방을 이러한 노력에 포함시키는 것을 꺼리고 있다. 자살 예방 노력은 산업별로 다르지만 NIOSH에서 권장하는 일반적인 전략은 ▲치명적인 수단에 대한 접근 제한, ▲동료 지원 제공,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향상,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향상 등을 활용하고 있다.

 

 

자살 예방 자원

직장에는 많은 자살 예방 자원이 있다. 2022년 미국 외과의사회는 직장에서 자살 예방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 5가지 구성 요소로 ▲피해로부터 보호, ▲일과 삶의 조화, ▲직장에서의 중요성, ▲연결 및 커뮤니티, ▲성장 기회 등에 대한 틀을 발표했다. 

 

또한, 2022년에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자살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담은 '행동을 위한 자살 예방 전략'을 발표했다. 협력 및 학제 간 파트너로 구성된 직장 내 자살 예방 및 사후 예방 위원회는 고용주가 정신 건강 문제에 직면한 근로자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침과 모범 사례를 제공하는 백서를 발표했다. 해당 백서는 자살 예방, 개입, 위기 대응 및 사후 예방을 위한 모범 사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자살 위험에 직면한 근로자 식별 및 지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고용주와 동료는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경고 신호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거나, 고립감과 외로움, 절망감 또는 자존감 상실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업무 성과가 눈에 띄게 감소하거나 업무를 제대로 완료하기 어려워하는 모습도 징후 중 하나다.

 

불안, 짜증, 충동성, 무모함 또는 공격성과 같은 행동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으며, 유언장 작성과 같은 개인적인 삶의 정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주의해야 할 신호다. 이외에도 알코올 남용, 우울한 기분, 이전에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언급,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거나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경우도 중요한 징후로 간주된다.

 

고용주나 담당 관리자는 이러한 신호에 대응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먼저, 근로자들에게 정신 건강 및 자살 예방에 관한 정보 세션을 제공하여 이와 관련된 인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근로자가 자살 예방 자원에 대해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동료들이 업무와 관련된 문제를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관련 법률을 숙지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 관련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고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본 기사는 EHS Daily Advisor의 기사 'Back to Basics: Focusing on Suicide Prevention in the Workplace'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