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의 위기? 2030 인재가 떠나고 있다
- 2030 젊은 층은 전체 건설기술인의 16%에 불과하여 미래 장담 못해 - 연봉 좋고 복지수준 좋은 근무 환경조성 없이는 젊은 층 유입 힘들어 - 투명하고 청렴한 건설업 이미지 혁신과 견실시공 필요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는 뜻의 지천명인 50세는 건설현장에서 '젊은이'들에 속한다.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2004년 37.5세에서 2023년 50.8세로 상향됐다. 건설산업에 젊은 층을 유인할 수 있는 건설 환경 조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건설기술교육원이나 대한산업안전협회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교육을 받는 수강생들은 젊은 2030세대보다 50대, 60대, 70대가 주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젊은 층이 건설업에 진입하지 않는다는 반증일 것이다.
강의 중 그들에게 몇 가지 사항을 질문해 보는 경우가 많다. 10년 후 건설이나 안전의 전망은 어떨 것 같은지를 물어본다. 주로 “후배가 건설업에서 타 직업군으로 이직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어떻게 상담을 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응답한 이들의 3분의2는 건설업 근무를 권장하지 않겠다며, 힘들고 미래 전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다.
올해 8월 11일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산하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서 건설기술인 96만53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자료는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23년 말 기준 국내 건설기술인 가운데 20대(3만6857명·3.8%), 30대 11만7739명(12.2%), 40대 28만3126명(29.3%), 50대(30만8237명)로 31.9%, 60대 16만9905명(17.6%), 70대 이상이 4만9478명(5.1%)으로서 50대 이상 재직 건설기술인은 건설기술인의 과반이 넘는 54.9%를 차지하고 있다.
20년 전인 2004년 건설기술인 평균연령은 37.5세였다. 당시에는 20~30대 젊은 인력이 전체의 63.8%를 차지했고, 50대 이상 비율은 11.2%에 불과했다. 불과 20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15여 년 전에 국내 굴지의 건설 대기업에서 요청한 강의를 나가면 사원이나 대리급은 20% 정도였고, 과장급이 20%, 그 나머지는 차장이나 부장급이었다. 그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건설환경 조성이 되지 않는 한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조사보고서에서는 2033년엔 20대 0.6%, 30대 3.6%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건설현장의 시공뿐만 아니라 건축사, 감리, 안전진단, 품질검사, 측량 등 전 직종을 가리지 않고 망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 관련 협회나 학회, 대학 등에서는 건설현장이 디지털화, 일명 스마트 건설이 되면 많은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건설업계에 유입될 것으로 오판하고 있는 것 같다.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해결방안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건설업계가 디지털화 되면 많은 젊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을까? 디지털화나 자동화는 인력을 채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있는 인력도 감축시킨다는 것이 그동안 밝혀진 사실이다. 스마트 건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인력을 감축하고 짧은 시간동안에 더 많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유를 진짜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본인들의 밥벌이를 위해서 2030 젊은이들을 또 다른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서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가끔 건설업은 경험공학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러기에 그 누구도 건설기술인들을 대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그동안 쌓아온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있어야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은 빅데이터(Big Data)와 인공지능(AI)으로 수렴될 수밖에는 없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AI가)은 그동안 축적된 설계 자료와 시공, 유지관리의 문제점들을 빅데이터화 해서 최적의 자동화 설계를 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건축사들을 포함한 설계자들의 일자리는 급격하게 감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모듈러나 건설용 3D프린터, 조종사가 필요없는 무인건설기계, 3D스캔닝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시공관리자나 감리들의 일자리도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 건설이 활성화하게 되면 향후에는 기능공의 일자리는 물론이거니와 건설기술인들의 일자리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스마트건설은 기능공과 건설기술인들의 역할을 축소하기 위해서 디지털화란 명목으로 도입되고 적용되고 있는 기술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건설의 디지털화는 젊은 건설기술인들을 적극적으로 유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남아있는 일자리마저 빼앗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세대들이 건설업에 들어오도록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의사나 변호사들처럼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연봉이 높고 복지수준이 좋은 근무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요즘 젊은 층이 의대를 진학하는 이유는 그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선 지원한다고 한다. 건설도 마찬가지이다. 건설에 진입한 젊은 친구들이 돈을 많이 벌게 하고 사회적인 인정받고 대우가 좋다면 서로 입문하기 위해서 줄들을 설 것이다. 이런 환경을 조성하기보다는 낡아빠진 생각으로 아무리 디지털화를 외쳐보아야 말짱 도루묵이다.
이런 상황이 오도록 방치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나를 포함한 건설업계 선배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이제라도 석고대죄 하는 심정으로 통렬히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연봉도 높고 복지수준이 좋은 근무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습관적으로 해 왔던 방식을 확 바꾸어야 한다. 우선은 건설기술인들을 일회용 종이컵처럼 사용하다가 버리는 경영자들의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는 건설산업에 함께 종사하고 동행하는 파트너 인식을 가져야 한다. 회사 성장을 위한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만 그나마 남아 있는 건설기술인이라도 회사에 남아 있을 것이다. 가끔 어떤 건설기술인들은 개인과 회사의 영리추구만을 위해서 직원들을 쥐 잡듯이 잡는 분들이 계시는데 반성할 부분이다. 시대가 흘렀다는 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문제는 없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건설업에 은밀하게 물들어 있는 입찰비리나 부실공사, 기득권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건설카르텔을 혁신하지 않으면 젊은 세대 유입은 요원할 것이다. 투명하고 청렴한 건설업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건설업의 이미지 혁신을 위해서 견실시공을 할 필요가 있다.
비만 오면 물이 새고 창문은 완전히 닫히지도 않고, 세탁실에는 배수구가 없는 그런 시공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되겠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입주자 입장에서는 건설업계를 불신하게 되고 미래세대를 짊어질 그 자녀들 또한 건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 될 수밖에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건설에 들어올 생각을 안 할 것이다.
뼈를 깍는 고통으로 건설업계를 혁신하지 않는다면 현재 남아있는 건설기술인들 조차도 업계를 떠날 날이 조만간 올 것이다. 그들이 떠나고 젊은 인재들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대학도, 건설회사나 감리회사, 설계사들의 존재가치는 사라지게 된다.
K-건설, 2030 젊은 층을 사로잡는 노력이 없다면 건설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대학, 학회, 협회를 포함한 관련 기관 수장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