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되기 63부 -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그 후,,, 시설 보완에 문제는 없나?

2024-07-18     이종탁 자문 위원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2023년 7월 15일, 침수가 발생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재개통과 관련된 기사를 봤다. 지난해 침수 사고 이후 약 1년간 재개통을 위한 보수 공사를 실시한 모양이다. 침수를 대비한 비상 출입 차단시설, 핸드레일, 철제사다리, 인명구조장치 등을 설치했다고 한다.

 

ⓒ궁평2지하차도 내부/사진출처- 대전일보 

그런데, 대부분의 기사에서 이번에 보완한 시설들이 “미흡”하다고 이야기한다. 2단으로 설치된 핸드레일의 높이가 적정하지 않고, 바깥으로 빠져 나오는 철제사다리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실제 침수가 발생되었을 때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궁평2지하차도에 설치된 핸드레일과 철제사다리/사진출처: SBS

터널 내부의 철제사다리는 윗쪽 핸드레일까지만 설치되어 있는데, 천장까지 침수되었을 때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많다. 1년간 보수공사를 실시했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까? 이런 시설은 설치 주체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된다. 시설을 이용할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터널 내부에 설치된 핸드레일과 철제사다리/사진출처-대전일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여해 실제 침수 상황을 가정한 여러가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어린이와 노약자 입장에서 핸드레일의 높이가 적정한지, 2단으로 충분한지, 핸드레일을 잡고 이동해 철제사다리를 잡고 빠져 나오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그럼 철제사다리의 간격은 얼마로 해야되는지 등 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지난해 침수 사고의 생존자분들에게 그 당시 실제 상황을 듣고, 필요한 시설과 설치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희생된 많은 분들과 유족분들을 위해서 동일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충분히 고민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사IN 보도에 따르면 당시 생존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처음에는 철제 구조물을 잡고 이동하다 물이 더 차니까 그 위에 있는 라이트를, 더 차니까 정말 천장에 달려있는 와이어를 잡고 이동했다. 감전당할 위험을 무릅쓸 수 밖에 없었다"고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문제는 사고후 대안으로 마련했다는 지하차도를 가보니 여전히 천장에 손잡이가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사IN는 천장에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관리기관에 문의한 결과, “천장에 손잡이를 달면 통행 차량에 실린 짐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설치할 수가 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보도기사를 보면서 '과연, 사고예방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볼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천장에 손잡이가 필요한가?, 필요없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생존자분들의 말처럼 터널에 물에 차올라 올 때 탈출을 위해 잡을 천장 손잡이가 필요하다면 설치를 하는 것이 맞다. 손잡이가 필요는 한데 차량에 실린 짐이 걸리기 때문에 설치 할 수 없다라는 말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관계자의 말처럼 차량에 실린 짐이 천장에 걸리지 않게 손잡이를 설치하는 방법은 전혀 없을까? 분명 있을 것이다. 모순을 해결하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모순은 탈출을 위해서는 천장에 손잡이가 있어야 하고, 차량에 실린 짐이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손잡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천장에 손잡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야 하는 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창의적 문제해결이론인 'TRIZ'에서는 이러한 물리적 모순을 4가지 분리원리, 즉 시간분리, 공간분리, 조건분리, 전체와 부분분리를 이용해 해결한다. 언뜻 생각해도 공간분리가 떠오른다.

 

천장 전체에 손잡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차량의 짐이 닿는 공간에는 손잡이를 설치하지 않고, 짐이 닿지 않는 공간에만 손잡이를 설치하면 된다. 터널 길이 방향으로 상부 양쪽 모서리 쪽에 손잡이를 설치하면 된다. 손잡이는 로프를 천정에 고정해서 길이방향으로 설치하면 된다. 이런 문제는 창의적 문제해결이론 (TRIZ) 전문가들에게 문의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시설을 설치한다고 똑같은 것이 아니다.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설치해야 한다.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시설은 무용지물이다.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실제 상황을 가정한 여러 조건들이 반영되어야 한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여러 조건들은 직접 체험해 보거나 유경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