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재난사고 6부 - 한화케미칼 폐수처리장 폭발사고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2015년 7월 3일 오전 9시 16분경 한화케미칼(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에서 공사 하청업체인 현대환경산업이 폐수 이송배관 연결작업을 하던 중 폐수집수조 내부에서 폭발이 발생하여 하청업체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인근 출하장에 있던 경비원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화케미칼은 1965년에 설립된 PVC 공장으로 울산1공장에는 폴레에틸렌, VCM 등을 생산하며, 울산 2공장은 1977년 준공되어 공업재료, 포장용 필름 등의 소재가 되는 PVC(폴리염화비닐)의 원료를 생산하는 곳이다. 사고당시 울산 2공장에는 340여 명의 직원이 연산 32만7000톤 규모의 PVC 원료를 생산하고 있었다.한화케미칼은 제품의 생산량 증대계획에 따라 폐수처리장 용량을 증가시키는 공사를 계획했다.
사고가 발생한 폐수집수조는 공정으로부터 배출되는 인화성물질 등의 고농도 복합폐수를 저장한 후 생물학적 폐수처리설비로 이송하는 설비로 폐수저수조 가로 14.8 m x 세로 12.8 m x 높이 5.8 m이고, 내용적 810 ㎥였다. 사고 당일 폐수저장조에서 펌프 증설을 위한 배관 용접작업이 있었다. 작업에는 10명이 투입되었는데 6명이 폐수저장조 상부에서 배관작업을 하고 있었고, 4명은 자재가져오기 위해 현장에서 벗어나 있었다. 폭발로 인해 작업자 2명은 폐수조에서 5~10m 떨어진 건물 옥상과 바닥으로 튕겨 나가면서 사망했고, 4명은 폐수조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두께 20㎝의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숨졌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1963년도에 준공된 탓에 매우 노후되어 열흘에 한 번 꼴로 가스누출로 인한 크고 작은 화재·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곳이었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폐수 집수조는 1998년에 최초로 설치되었는데 악취가 많이 발생하여 2010년에 집수조 상부에 콘크리트 덮개를 설치했다. 이 폐수 집수조는 공정으로부터 배출되는 고농도 복합폐수를 저장한 후 생물학적 폐수처리설비로 이송하는 폐수처리 집수조이다. 2015년에는 3월 23일부터 사고 당일까지 폐수 및 악취제거 환경설비 용량증설공사를 실시했다.
사고발생과정
한화케미칼은 폐수 및 악취제거 환경설비 용량증설 공사를 외주 협력업체와 3월 17일 계약을 체결하고 3월 20일부터 공사를 시작하였다. 5/8~5/13까지 폐수집수조 상부의 이송배관 교체작업을 실시하였고, 5/28~ 5/29까지 폐수집수조 상부의 집수조 폐수 이송펌프 2개를 철거후 1차로 하나의 펌프만 설치하여 운전하였다. 6/18에는 폭기조 개조작업을 위해 내부 악취제거를 위한 배풍기의 가동을 중지하였고, 7/2에는 유량계 설치작업을 실시하였다. 7/3에는 SPVC 중합공정 폐수조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사고발생 집수조로의 이송을 중지하고, 다른 폐수처리장으로 우회 연결하고 기존의 펌프가동을 정지하였다. 사고당일 오전 8시부터 신규설치한 펌프 토출측 배관에 배관연결작업및 주변 청소작업을 실시하였는데, 오전 9시 12분경에 폭발이 발생하였다. 오후 12:43경에 사망자 6명을 최종 확인하였다.
경찰은 폭발사고 후 집수조 내 폐수의 상층부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했다. 채취시료에서 인화성 물질인 아세트산비닐(VAM,Vinyl Acetate Monomer),염화비닐(VCM,Vinyl Chloride Monomer), 초산(acetic acid)등이 검출되었다. 이중 VAM은 폭발범위는 2.6~13wt% 이며 인화점은 -8℃, 끓는 점은 72℃, 증기압은 20℃에서 11kPa로 폭발위험성이 높은 물질이다.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VAM은 폐수 속에 0.56 wt%가 함유되어 있었다. 이를 근거로 폐수 속에 용해되어 있는 VAM의 추정량 1400kg (250㎥×1000kg×0.56wt%= 1400kg)이었다. 사고 발생 2주 전부터 폐수집수조 배풍기의 가동을 정지시켰기때문에 폐수집수조에는 인화성 가스가 가득 차 있었다.
헨리의 법칙(Henry's Law)을 이용하여 집수조내부의 인화성 가스의 농도를 추정하면 3.13 vol%로 VAM은 폭발범위는 2.6~13wt% 이내에 해당되는 농도였다.
폐수집수조의 용적이 810㎥이고 폐수용적이 250㎥이므로 폐수집수조 내부 빈공간은 560㎥이다. 이를 중량으로 환산했을때 VAM의 양은 67.37kg이었다. 이는 사고발생 후 채취시료의 물성을 근거로 계산한 것으로 사고발생 전에는 훨씬 농도가 더 높았을 것이다.
사고원인
VAM에서 발생된 증기는 공기보다무거워(비중 3, Air=1) 집수조 내부 공간에 체류하여 폭발위험분위기를 형성하였다. 폐수저장조 내부에는 인화성 유증기를 배출하는 폐수가 있었고, 폐수저장조의 배풍기는 2015년 6월 18일부터 가동되지 않아 저장조 내부는 인화성가스가 가득찬 상태였다. 작업시 발생가능한 점화원은 많았다. 우선 아르곤 TIG 용접작업에 의한 용접불티이다. 사고조사 시 현장에서 아르곤 TIG 용접기가 발견되었고, 펌프 토출측배관 Header 부분에 플랜지와 배관 연결을 위한 TIG 용접흔적이 있었다.
두번째 점화원은 고속절단기 및 핸드그라인드 이다. 당일 작업 대상인 배관연결 작업시 절단작업과 그라인딩작업이 수행되었다. 절단작업이나 핸드그라인더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폐수집수조 개구부로 인입되어 점화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집수조 액위를 측정하는 Floating type의 액위측정기(Level Transmitter)는 비방폭형이었으나 현장에서 발견된 Transmitter의 변형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것이 전기적 점화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낮았다.
용접불티나 고속절단기 등의 붙티가 유입될 수 있는 개구부는 폐수집수조 상부 교반기의 앵커플레이트(Anchor Plate)에 있는 1.5cm의 구멍이었다. 추측되는 또 다른 개구부는 기존 펌프를 철거하고, 신규 펌프만 설치 공사를 한 후, 사용하지 않게 된 기존 펌프 흡입배관의 콘크리트 상판 구멍이었다. 하지만 작업자는 구멍에 플라스틱 덮개를 설치한 후 몰타르작업을 실시하였다고 진술하고, 사고현장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덮개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사고당시 관련 구멍은 막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위험성평가의 문제점
한화케미칼은 고부가 제품의 생산량 증대계획에 따른 폐수처리장 환경설비 구축공사와 관련한 "변경요소관리 공정변경 요구서"에 공정변경에 따른 위험성평가서를 협력업체 부장이 작성하여 첨부하였으나, 생산팀 엔지니어 등 관련 분야 전문가는 참석하지 않아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환경설비 증설공사는 2015년 3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시행되는 대형 폐수처리장 개선 공사이지만, 변경관리를 1건으로 처리하여 세부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사고당일 '작업 전 위험성평가' 협력업체에서 작성했기 때문에 해당 폐수집수조에 유입되는 물질에 대한 정확한 성분을 알지 못했고, 그 결과 취급물질인 폐수를 위험성 없음으로 작성하는 등 위험성평가에 소홀했다. 작업자들은 용접작업시 작업장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시작했으나 가장 중요한 저장조 안의 가스농도는 확인하지 않았다. 당일 사용된 휴대용 가스감지기의 저장 메모리를 확인한 결과, 사고당일 08시 52분 25초 ∼ 30초 사이 10∼12 % LEL이 감지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감지기 작동시간, 알람 설정치, 기타 외란 등에 따른 변동 등으로 순간적으로 나타난 값을 인지하지 못했다. 또한 폐수에 위험물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추가적인 확인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청과 하청의 문제점
2022년 노동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5년부터 7년 동안 폐수처리장에서 작업 중 숨진 근로자는 52명에 달한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질식이 가장 많아 32명, 화재/폭발 16명, 익사 3명, 화상1명이었다. 시설별로는 폐수·폐기물 처리시설이 30명(18건)으로 가장 많고, 정화조 8명(5건), 하수관로 7명(4건), 저수·저류소 4명(3건), 저장탱크 3명(2건) 순이었다. 작업 내용별로는 청소·처리 19명(12건), 유지·보수 10명(7건), 화기 작업 11명(5건), 공사 중 4명(2건), 기타 8명(6건)이다.
해당 사고가 발생한 것은 여름이었다. 날씨가 더워지면 폐수 처리시설에서 세균의 번식이 더 왕성해지므로 인화성 가스는 더 많이 발생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고발생 시 원청의 책임을 더 크게 묻는다. 그렇기 때문에 원청은 위험한 산업현장에 투입된 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
한화케미칼은 작업이 이뤄지는 저장조 외부의 인화성 가스 농도를 측정한 후 안전허가서를 발행했다고 했지만, 콘크리트 저장조 내부는 측정하지 않아 메탄, 황화수소 등으로 가득찬 폐수집수조내 인화성가스의 폭발 가능성을 간과했다. 원청이 하청업체에게 일을 맡길 때는 사전에 작업자들에게 작업공정과 유해물질 정보제공, 작업의 위험성 등을 교육하고, 작업장의 위험성평가를 해야 하며, 작업자의 안전보호구 착용 등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한화케미칼은 작업을 지시하면서 작업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았고, 위험발생 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
하청업체도 인화성 가스가 가득 찬 저장조 위에서 화기작업을 하면서 저장조 내부의 가스를 측정하지 않은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작업을 담당했던 하청업체인 현대환경산업의 임직원은 모두 3명뿐이었다. 인력과 예산이 제한적인 영세기업으로 화기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전문 공사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수질관리기술사 1명과 수질환경기사 1명 보유하고, 화공·토목·전기·건설기계기사 중 서로 다른 자격증을 가진 2명이 있어야 하는데 현대환경산업 대표 이모(54)씨는 인력조건을 맞추기 위해 다른 사람의 자격증을 빌려 수질환경 전문 공사업체로 등록했다. 원청은 위험작업시 안전성 평가가 아니라 최저가 평가를 통해 가격이 가장 낮은 업체에 공사를 맡겼고, 하청업체는 낮은 금액으로 맡은 공사를 안전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이윤을 남겼다.
사고로부터의 교훈
이 사고는 폭발 위험장소의 관리 미흡, 변경관리절차의 미준수, 부적절한 위험성평가의 수행, 작업자들의 안전작업절차 미준수 등의 원인 등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발생한 사고였다. 이사고를 통해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
폐수집수조 내부 및 주위를 폭발위험지역으로 설정
화학공장은 공정의 이상이나 트러블로 인해 인화성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따라서 인화성 물질이 배출될수 있는 폐수집수조등과 같은 장소는 폭발위험장소로 설정하여 관리해야 한다.
폭발위험장소에서의 안전작업허가 철저 및 준수
폭발위험장소나 폭발위험장소와 근접한 장소에서 화기작업이 이루어질 경우 단순히 차단막만 설치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험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고 환기 시킨 후에 가스 농도를 측정하여 위험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밀폐공간폭발의 위험성 이해
밀폐공간에서의 인화성물질 체류에 의한 밀폐계증기운폭발(CVCE,Confined Vapor Cloud Explosion)은 내부 체류가스가 일시에 연소되기 때문에 체류한 공간의 크기에 따라 상당한 폭발력을 수반하며 두께 20 ㎝의 철근 콘크리트도 쉽게 될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작업 시 더 강화된 안전조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인화성 가스 측정방법 개선 및 감지 시 원인규명
인화성 가스나 증기의 체류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스감지기를 사용함에 있어 가스농도가 단지 경보치를 하회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작업하고 있는 동안 일기조건에 따라 농도가 수시로 변할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업시작부터 종료시까지 주기적으로 계속 측정하도록 하고, 경보치 이하의 낮은 농도라 하더라도 농도가 발생되는 원인을 반드시 규명하여 위험요인을 완전히 해소한 후에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밀폐구조의 폐수집수조 설치시 안전수단 확보
폐수집수조나 처리장은 악취민원이나 환경규제 강화 등의 사유로 법적요구사항은 아니지만 밀폐구조의 설치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밀폐구조의 적용에 있어 내부농도의 증가로 인한폭발위험이 생성되는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이 사고도 개방형 폐수집수조였다면 폭발사고로 발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설비를 변경하고자 할때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위험에 대한 적절한 검토를 하여 제대로된 변경관리절차를 밟아야 한다.
위험정보의 공유
한화케미칼은 하청업체인 현대환경산업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공유했어야 했다. 설비정비 및 보수작업 등의 위험작업허가시에는 원청업체가 사용하는 위험물의 종류와 수량 등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협력업체나 하청업체는 해당작업의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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