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되기 57부 - 리스크 관리도 연습이 필요하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리스크 관리도 연습이 필요할까? 한번은 운영중인 정수장 구조물 벽체에 D1000mm 배관을 연결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공사를 해야 했는데, 배관 연결 지점 후단의 다른 구조물에 물을 받아두면 12시간 정도를 버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논의에 들어간 이들은 작업을 12시간 이내에 마무리하기 위해서 배관이 연결되는 구조물 벽체에 정확하게 구멍을 뚫고, 배관을 삽입한 후 배관과 벽체 사이의 틈을 누수 차단이 가능한 물질로 채우고, 외부에는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12시간안에 충분히 공사가 가능하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말 계획대로 12시간 이내에 공사가 가능할까? 논의를 한 이들이 세운 계획은 희망사항일 뿐,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질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조금만 다른 변수가 생기면 불가능한 계획이다. 만약 다른 변수가 생겨 작업시간이 길어진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어떤 일이 발생할까? 수돗물 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아니면 그 시간 안에 배관 연결을 마무리하기 위해 공사를 급하게 대충 할 것이다. 그럼, 향후에 이 부분에서 누수와 같은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실, 해당 정수장은 건설된지 30년이 지난 정수장이다. 만약, 배관 연결을 위해 땅을 파서 구조물을 확인해 보니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되면 구조물 보수, 즉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을 손 봐야 한다. 벽체에 구멍을 뚫을 때 철근이 잘려나가면 이것도 조치를 해야 한다. 배관과 연결되는 지점의 구조물 방수가 손상되면 마찬가지로 손을 봐야 한다. 만약 배관을 연결하려는 지점의 땅속에 다른 지하매설물이 자리잡고 있으면 이설을 해야 한다. 이설이 불가능하다면 배관 연결지점을 다른 쪽으로 변경해야 한다. 논의를 한 이들은 이런 많은 변수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 했다. 실제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12시간 안에 공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담당자에게 위와 같은 부분을 고려했냐고 물어보니 아무런 대답이 없다. 사실, 그는 12시간 안에 작업을 마무리 하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배관 연결 작업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되는 공종은 모두 무시한 것이다. 만약 그들의 계획대로 진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새로 설치한 배관을 통해 물은 흐르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구조물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하자가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셈이 된다.
결국 '배관 연결을 12시간 안에 끝내자'라는 목표를 '정수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배관을 연결하자'로 변경해서 앞에서 말한 작업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정수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했다. 사실, 12시간에 해야 할 일은 배관 연결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물 안에 흐르는 물을 막고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전단의 수문을 닫고 배관 연결 지점을 콘크리트 블록이나 철판으로 막아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작업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물이 유입되지 않는 작업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에 닫은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면 배관 연결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정수장을 계속해서 가동할 수 있다.
이렇게 작업을 진행하면 구조물 보수나 훼손된 철근과 방수에 대한 조치 등이 가능해진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공사를 보다 안전하면서도 완벽하게 시행할 수 있다. 작업이 끝나면 전단의 수문을 닫고 콘크리트 블록이나 철판을 제거한 후 다시 수문을 열면 된다.
최선과 최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최선과 최악은 항상 함께 한다. 최선만 보면서 좇아가다 보면 최악을 만날 수 있다. 최선을 추구하되 최악은 피해야 한다. 현장의 모든 조건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모든 조건이 내편이 되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만 생각하지 말고 그 반대의 상황을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떤 대안의 장점 뿐만 아니라 단점을 생각하고,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