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취지 무색한 '졸속 입법' 학생연구자 산재보험가입 특례제도의 현실

2024-02-13     고승훈 산업현장 명예 기자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학생연구자들을 위해 만든 산재보험 가입 특례제도가 오히려 대학과 학생들에게 피해만 입히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각 대학이 2022년 학생연구자 산재보험 가입에 납부한 총 금액은 61억에 달한다. 그러나 이 기간 보상건수는 13건으로 확인됐고, 보험급여 총 지급액은 약 5천만원으로 납입금액 대비 1% 미만에 그쳤다.

 

2022년 도입된 학생연구자 산재보험 특례제도는 대학ㆍ연구기관 등에서 연구활동을 수행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제도로, 2019년 경북대학교 연구실 폭발사고를 계기로 학생연구자들을 보호하고자 도입됐다. 이로 인해 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정부에서는 연구실안전보험과의 중복가입을 방지하기 위해 산재보험에 가입된 연구활동종사자는 연구실안전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사고 발생 시 연구실안전보험의 보장범위가 산재보험보다 더 넓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연구활동 중 발생하는 경미한 사고들에 대한 보상여부가 대표적이다. 연구실안전보험에 가입된 학생이 가벼운 화상으로 2일 동안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산재보험에 가입된 학생이 동일한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최소 요양일수(4일)에 미달해 보상을 받을수가 없다. 또한 손가락이 찢어져 봉합수술을 받은 학생이 봉합(1일)과 실밥제거(1일) 치료를 받는 경우, 연구실안전보험 가입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산재보험 가입자는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을 수가 없게 된다.

 

연구실안전보험의 보장금액과 범위가 크게 확대된 만큼 학생연구자 산재보험 특례제도의 전반적인 손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실안전보험 보장금액 강화가 이미 이루어진 만큼 산재보험 가입 특례제도의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입 취지와 달리 학생연구자가 오히려 보상 측면에서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개선 없이는 학생연구자도 보호하지 못하고, 대학에게도 재정적인 피해만 입히는 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