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Doctor 09] 갑상선에 대한 몇 가지 오해

2023-12-14     권영구 자문 위원

1. 갑상선은 병명이 아니다


“너무 피곤해서 갑상선 생긴 줄 알았네요.” 일반인들 중에는 ‘갑상선’이라는 병이 따로 있는 줄 아는 분이 많다. 갑상선은 편도선, 임파선처럼 우리 몸 안에 있는 하나의 장부이름이다. 침을 삼킬 때 목 앞쪽에서 움직이는 아담스애플 근처에 있다. 그렇다고 목이 아프거나 이상이 느껴진다고 해서, 무조건 갑상선 문제는 아닐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갑상선의 덩치는 작지만 문제가 생길 때 증상의 파장은 몸 전체로 엄청 크게 나온다.

 

 

2. 갑상선은 보일러역할

 

사람은 누구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더라도, 몸속에서는 수많은 신진대사기능이 저절로 돌아간다. 이 모든 일이 잘 굴러가도록 몸 전체 기능을 관리하는 역할을 갑상선호르몬이 담당한다. 그 호르몬을 만드는 장소가 바로 갑상선이다. 갑상선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면, 신체기능이 너무 쌩쌩 달린다. 혼자 더위를 느끼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심장이 쿵쾅거린다. 반대로 너무 안 나오면, 기능이 까라지고 처진다. 무기력하고 피곤하며 추위를 많이 탄다. 갑상선호르몬이 많은지 적은지는, 증상으로 추정한 뒤 피검사로 확인한다.

 

 

3. 선천적인 갑상선 이상체질

 

갑상선호르몬이 너무 많거나 적거나 할 때, 지금 잠시 그런 사람이 있고 그런 체질자체를 타고난 사람이 있다. 피검사를 해보면 호르몬수치가 비정상으로 나오는 외에, ‘항체’ 수치가 높이 올라가 있다. 그냥 호르몬수치만 높으면 갑상선기능항진증, 항체까지 높은 체질적인 이상은 ‘그레이브스병’이라고 따로 부른다. 그냥 호르몬수치만 낮으면 갑상선기능저하증, 항체까지 높은 체질적인 이상은 ‘하시모토갑상선염’이라고 따로 부른다. 당연히 체질이상인 경우는 그만큼 더 안낫고 오래간다. 

 

 

4. 항진증은 더위 타고 살 빠지는 증상

 

남들은 가만있는데 혼자 땀 뻘뻘 흘리고 옷을 훌훌 다 벗어 버린다면 항진증가능성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남달리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인 사람 말고, 얼마 전부터 갑자기 시작된 경우만 해당된다. 항진증은 그리 간단한 병이 아니다. 몇 년째 나도 모르게 항진증이 있었더라 그런 사람은 없다. 벌써 심장에 큰 일이 생기고도 남았다. 물론 체온이 오르는 느낌이 드는 다른 병도 있다. 바로 갱년기와 화병이다. 겉보기에 아주 비슷하므로 여성질환과 호르몬을 위주로 진료하는 의료진을 만나 진료를 받아보면 좋겠다.

 

 

5. 항진증치료는 약물부터 시작

 

갑상선호르몬이 비정상이 되었다면 일단 약부터 쓴다. 항진증에는 ‘메티마졸’이라는 약이 있다. 대표선수는 확실하지만 약을 쓴다고 깔끔하게 잘 치료되는 병은 아니다. 항진증은 약을 먹어야 하는 기본 치료기간만 최소 1년 반이다. 그 정도 약쓰고 나아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좋아지는 비율이 반반수준이고, 그나마 좋아졌다 하더라도 금방 재발할 확률이 또 반반이다. 정 안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 강제로 떼어내어 갑상선호르몬을 아예 만들지 못하게 만든다. 

 

  
6. 저하증은 추위타고 붓고 살찌는 증상


저하증은 항진증과 정반대다. 추위를 타고 몸이 부으면서 자꾸 살이 찐다. 작년에 새로 산 옷이 허리가 안 맞아서 투덜거리는 수준이 아니다. 3개월 새 5Kg, 1년 새 20Kg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심기일전 개인PT를 끊고 식사량도 싹 줄이지만, 체중계 수치는 요지부동이다. 저하증이 생기면 몸의 건강기능 자체가 병들었다는 뜻이다. 건강할 때 많이 먹거나 운동부족인 상황과 전혀 다르지만 그 차이를 잘 모른다. 안 먹고 운동하기보다 몸 상태부터 제대로 치료해야 한다. 씬지록신 호르몬제를 잘 챙겨 복용하고, 나머지 불편증상은 한방으로 관리하면 좋다.

 

 

7.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 많다

 

갑상선에 생기는 가장 두려운 병은 뭐니 뭐니 해도 암이다. 갑상선암이 생기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몸 전체 다른 암들에 비해 수술이후 효과가 가장 확실하다. 물론 갑상선암의 종류와 위치, 전이 상태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갑상선암에서 생명이 위험한 경우는 거의 없다. 수술만 잘 받고 나면 별 걱정 없이 지내도 괜찮다.

 

 

8. 암수술후 저하증


‘착한 암’에 대한 오해가 많다. 마치 감기에 걸렸다 나은 것처럼, 완벽하게 건강한 상태로 회복할 줄 아는 분이 많다. 상식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 갑상선을 절반 또는 전부 수술로 떼어내는데 어떻게 아무 차이가 없겠는가. 이제 남은 인생은 갑상선기능이 약해진 저하증으로 살아가야 한다. 저하증 증상으로 힘들게 고생하는 분은, “이럴 바에는 수술 괜히 했어요.” 푸념하시기도 한다. 암을 수술하지 않으면 남는 결과는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눈앞의 문제들에 대해 내과 및 한방쪽 의료진과 의논하며 후유증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면 된다.

 

 

9. 해산물은 조심하지 않아도 된다


가볍게 검색한 뒤 ‘갑상선 = 해산물’ 정도의 지식을 확인하고, 바다에서 나는 모든 종류를 무조건 안 드시는 분도 있다. 몸에서 갑상선호르몬을 만들 때 요오드성분이 재료가 되는데, 주로 해산물에 많이 들어있다. 김 미역 다시마 같은 종류가 대표적이다. 그런 음식을 너무 많이 먹거나 반대로 전혀 먹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갑상선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다만, 지금은 21세기다. 부산에 산다고 하루에 미역국 3번씩 매일 먹고, 무주에 산다고 평생 김한장 구경 못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 정보는 그냥 무시해도 된다.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분만, 그 시술하기 전에 잠시 엄격히 금지하면 끝이다.

 

10. 갑상선에 좋은 음식은 없다


어떤 음식을 먹는다고 우리 몸의 기능이 좋아지고 나빠지고 하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병원에 안가고 시장에서 무슨 무슨 나물과 재료를 사와 끓여 먹으면, 병이 싹 나으리라 많이 기대하는 편이다. 병은 의료진에게 치료받고, 음식은 음식대로 즐기면 된다. 병도 제대로 못 고치고, 맛도 없는 음식을 약처럼 계속 챙기느라 고역을 참지도 말자.

 

 

이수역 경희은한의원  https://blog.naver.com/thyroid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