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기업 내 '나 홀로 보건관리',, 소통과 공유로 해답을 찾아가는 보건관리자들

- 23년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직업건강협회 후기 연합학술대회 체험기

2023-12-04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편집국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올해 첫 눈이 내렸던 11월 17일,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직업건강협회 후기 연합학술대회'가 여수에서 개최됐다. 필자는 정부의 산업보건정책 방향과 기업 보건관리의 구체적인 사례를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 학술제에 참석했었다. 그날의 경험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서 필자의 관점과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부상 없이 지냈고, 보건관리자와 업무적으로도 연결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보건관리자라는 역할을 가진 이들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었다. 단지, 그들의 역할을 '임직원 건강검진 관리, 현장 안전사고 시 응급조치, 직업병 예방 및 관리' 정도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학술제를 참석한 후 보건관리자의 업무의 범위가 생각보다 더 다양하게 기업에서 수행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실제로 그들의 역할은 훨씬 광범위하고 복잡하며, 기업에서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법적 역할과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는 보건관리자

'보건관리자'라는 직종이 생소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보건관리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 18조'에 따라 '보건에 관한 기술적 사항에서 사업주 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와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로 정의된다. 이들의 역할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2조'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에 명시된 최소 범위일 뿐이다. 커뮤니티나 검색 등을 통해 알아 본 바에 의하면 그들의 업무 영역은 실제 기업에서 조직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보건관리자의 업무가 크게 확장되는 경우도 있었다. 방대한 업무 범위에 비해, 한 명의 보건관리자가 사업장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경우도 많고, 특정 업종군의 경우 상시근로자 5천명 미만까지 사업장 보건관리자 배치 기준이 1인인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효과적인 관리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은 효과적인 보건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서 적절한 기획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출처. 고용노둥부 2022(1~12) 산업재해 발생현황, 근로복지공단 산재보상 승인자료 기준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2년 산업재해현황을 분석해 보면 산업재해로 인한 재해자와 사망자 수는 300인 미만 기업에서 전체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시근로자 수가 300인 미만인 경우 안전, 보건관리자의 겸임이 산업안전보건법 제 18조 3항에 근거해서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규제 허용은 기업들이 적절한 안전보건 관리를 위한 재정 지원과 전문성 확보에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해 요소로 작용되기도 한다.

 

보건관리 업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경험 축적과 업무의 연속성을 요구한다. 하지만 많은 보건관리자들이 계약직으로 고용되고 있는 현실은 주목해야 할 문제다. 이들은 종종 권한에 비해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으며,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을 갖지 못하는 불균형한 상황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소통과 공유를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다

열악한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보건관리자들은 헌신적으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들의 업무는 사업장 내에서 심리적, 정서적 안전감을 제공하기 위한 라포(Rapport; 상호 신뢰관계) 형성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작업장의 개선,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응급처치, 근로자의 트라우마 관리, 그리고 건강검진 후 유소견자에 대한 건강증진 활동 등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들의 이러한 보건관리가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날 학술제에서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사례 발표가 끝난 후 너도나도 발표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열정적으로 배우려는 기업체 보건관리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눈빛은 진지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서로 자신들의 회사에서의 성공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모습에서는 경쟁이 아닌 상생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보건관리자들은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사업장의 안전과 근로자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그들의 전문성을 더욱 발전시키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들의 이러한 협력적인 모습을 통해 그들이 직면한 도전과 책임에 대한 깊은 이해, 사명감을 느낄 수 있었고, 산업보건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는 핵심이라 느꼈다.

 

보건관리자들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산업 현장을 개선하기에 한계가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 기관은 보건관리자가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친화기업 인증과 같은 제도를 적극 장려하고, 이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보건관리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협회나 학회는 기업들이 안전 및 보건 관련 사례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보건관리자들의 업무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안전과 보건에 관한 노하우는 경쟁의 관점보다는 공유와 협력의 관점에서 접근해서 보다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답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한, 산업 보건 관련 기업, 특히 스마트 보건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보건관리자를 위한 강력한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비용 효율적이며, 보건관리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보건관리자의 업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임직원의 건강 및 기업의 전반적인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그들의 노력은 때로는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의 흔들림 없는 의지와 노력은 산업 현장을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함께 나아갈 때 비로소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가 실현될 것임을 믿는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보건관리자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독자기고- 휴레이포지티브 박해원 CDO

※  본 기사는 독자 기고로 게재된 글입니다.

 

박해원 휴레이포지티브 CDO(고객개발책임자)

- 현) 휴레이포지티브 전략 기획 팀장
- 현) 프라임경영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 휴레이포지티브 산업안전보건경영시스템 총괄
- ISO 45001 인증심사원보
- 안전경영시스템 컨설팅
- 한양대학교 경영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