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되기 51부 - '사소한 불편'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

2023-10-10     이종탁 자문 위원
ⓒ물고인 교량 모습. 주민들은 신발이 젖지 않기 위해 교량모서리에 있는 연석을 밟고 지나가다 교량아래로 추락할 위험을 감수하고 통행해야 한다/사진- 이종탁의 생각정원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국비 신청 관련 현장평가를 위해 한 지자체의 도청, 군청 담당자들 및 타 전문가 한명과 함께 2개 사업예정지구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을 확인하다가 위 사진처럼 보이는 교량을 발견했다. 이 교량은 우리가 방문한 대상 사업에 해당되지 않지만, 주민들 입장에서 아주 불편하고 위험한 요소가 눈에 띄었다.

 

당시 교량 상판에 물이 흔건하게 고여 있었다. 며칠 전에 비가 내렸는데, 빗물이 배수되지 않고 고여서 생긴 것이었다. 교량 상판이 주변 도로보다 낮아 물이 고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주민들이 이 교량을 어떻게 건너 다닐지 궁금증이 생겨 필자가 직접 건너가 보기로 했다. 상판을 밟으니 신발이 물에 빠졌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니 신발이 물에 완전히 젖을 것 같아 연석을 밟고 돌아나왔다.

ⓒ교량 아래쪽 모습. 교량높이가 높아  아래로 추락시 큰 사고로 이어질수 있다.  /사진- 이종탁의 생각정원

'교량 상판에 물구멍 1~2개만 뚫어주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되는데 왜 이렇게 방치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 나온 군청 건설과장에게 조용히 다가가 '물구멍을 뚫으시라'고 말씀드렸다.

군청 건설과장은 일전에 필자와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었는데 나름 일을 챙기시는 분이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아주 별나게 굴어서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이에게 다들 대수롭게 않게 생각하는 물 고인 교량에 대해 해결대안을 먼저 제시하니 조금 당황해 했다. 

 

어떤 이들은  이런 사소하고 불편한 문제들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기도 한다. "물이 고여 있으면 장화신고 건너면 되고, 아니면 다른 길로 돌아가면 된다. 그것도 아니면 연석 밟고 지나가면 된다"고 얘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결코 돌이킬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에 있다.

교량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신발이 젖지 않기위해 주민들은 연석을 밟고 지나가다가 2미터 이상 높이의 하천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 겨울에는 교량 상판이 얼어 있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미끄러져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

요즘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안전사고도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접근하면 보면 이런 사소한 부분은 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시설물을 이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문제가 보인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불편하고 위험한 요소를 찾을 수 있다.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엔지니어는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들에게 공감받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진짜 전문가는 남들이 사소하게 취급하는 문제를 빨리 찾아 해결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철저한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통해 사소한 문제를 찾고 사전에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사소해도

처음부터 '위험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