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식혁명 53부-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와 재해빈발자 이론

2023-08-03     김훈 자문 위원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르시아는 1955년 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쥐에게 사카린이 들어있는 단물을 먹게 하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쥐에게 감마선을 쬐어 고통을 주어 먹은 물을 토하게 했다. 감마선은 아주 강력한 방사선의 하나로 투과력이 강하여 동물에게 피폭될 경우 내부 장기에 심한 손상을 준다. 이후 쥐들에게 다시 사카린이 든 물을 주었지만 쥐들은 다시는 그 물을 마시지 않았다. 쥐들은 마신 물을 토하게 한 이유를 그들이 마신 사카린 물에서 찾았고 그로 인해 미각협오학습(Taste aversion learning)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에 사카린 이외에도 소리나 시각자극을 주어 다시 실험했지만 쥐들은 유독 맛에 대한 자극에만 반응했다.

 

이 실험은 종을 치고 먹이를 주는 행위를 반복하면 종소리만 들려도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실험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파블로프의 개실험에서는 인지과정이 개입되지만 가르시아 효과에서는 인지과정이 생략되고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출처- the psychogy times 22.8.25일자 기사에 실린 생활속에도 적용되는 '가르시아 효과' 이미지

이러한 현상은 쥐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릴 적 삶은 계란을 먹고 구토를 했던 경험이 있던 사람은 커서도 삶은 계란을 먹지 않는다. 비록 구토의 원인이 삶은 계란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커서도 평소에 자기가 좋아했던 음식이라도 그로 인해 탈이 났거나 굉장히 고생을 했다면,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몸 자체에서 거부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어떠한 경험으로 인해 학습된 특정한 맛에 대한 혐오현상을 가르시아 효과(Garcia Effect)라고 한다. 어떤 맛에 대한 불쾌한 경험을 겪은 사람은 시간이 한참지나서 발생한 메쓰거움, 복통, 구토의 원인을 자신이 먹은 음식에서 찾는데 그 음식이 처음 접해보는 음식일 경우 그 강도는 더 강하다. 수렵과 채집을 통해 식량을 섭취하고 영양을 공급받았던 인간은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매우 민감하게 진화해 왔다. 음식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르시아 효과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유기체들이 가지고 있는 생존 본능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사회심리학에서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는 것을 '가르시아효과'로 해석한다면, 산업심리학에서 산업재해에 대한 트라우마를 '사고빈발자이론(Accident prone)'으로 해석한다. 사고빈발이론은 산업재해에 대한 원인을 한 개인의 특성에서 찾는 것으로 사고에 대한 책임이 사고를 당한 당사자에 비난이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사고를 유발하는 사람은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거나 운동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한번 산업재해를 유발한 근로자는 다시 재발가능성이 높아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재해빈발자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이다. 산업재해의 통계를 살펴보아도 한번 재해를 경험한 사람이 여러번 반복하여 경험한 사례가 있으며, 이와 같이 재해를 여러번 일으킨 사람은 또 재발의 위험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사고빈발이론에는 기회설, 암시설, 재해빈발경향설이 있다. 기회설은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한 개인의 성향때문이 아니라, 작업 자체에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그래서 재해빈발이론의 기회설은 재해의 원인을 재해빈발자에게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작업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우 합리적인 접근방식으로  위험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작업환경을 바꾸어야 한다. 반면에 암시설은 이와는 반대로 한번 재해를 경험한 사람은 겁이 많아지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에 개인적인 대응능력이 감소되고, 이로 인해 재해발생빈도가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암시설에 의하면 근로자는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나 스트레스로 인해 개인이 감내할수 있는 일정한 한도를 넘어가면 재해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재해빈발경향설은 인간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동일한 상황이나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능력에 따라 그 대응방법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재해빈발경향설에 따르면 재해빈발자는 미숙성빈발자, 상황성빈발자, 습관성빈발자, 소질성빈발자가 있다.  

 

먼저 미숙성 빈발자는 작업중에 요구되는 기능이 미숙하거나 환경에 익숙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는 초보자이다. 이들은 과거의 학습된 경험이나 축적된 기술이 없어 사고발생시 대응능력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이들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안전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해야 하며, 대응방안을 훈련시켜야 한다.  

 

상황성 빈발자는 수행하는 작업자체가 어렵거나, 작업중에 이용하는 기계설비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 연루되는 사람이다. 작업자체가 위험하거나 열악할 경우 고도로 숙련된 베테랑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해에 그대로 노출될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때의 대책은 교육과 훈련보다는 작업방법이나 기계설비 변경 등을 통해 위험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습관성빈발자는 성장과정에서 발생한  누적적인 영향으로 인해 재해빈발 요인을 습관적으로 만들어내는 경우이다. 어떠한 특정한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 갑작스러운 가족의 불행이나 예상치 못한 사건의  경험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습관성빈발자가 되기도 한다. 슬럼프에 빠져 있는 사람, 수용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재해의 경험에 의해 겁쟁이가 된사람, 신경과민이 된 사람 등은 모두가 습관성빈발자가 될 수 있다. 관리감독자는 이러한 근로자들을 잘 관찰하여 이러한 사람들에대한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소질성빈발자는 원래부터 주의력이 산만하여 지속적인 행동이 불가하거나, 주의집중의 범위 협소 편중되어 있거나, 치밀하지 못하고 경솔하거나, 침착하지 못하거나, 비협조성, 소심함 등의 성격적 결함이나, 감각 운동능력의 부족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산업재해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을 말한다. 매사에 신중하고 심사숙고하는 사람들은 사고를 잘 내지 않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사고발생확률이 당연히 높다. 따라서 이들은 개인의 성향에 맞는 작업배치가 필요하다. 

관리감독자나 안전관리자가 근로자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여 그들의 소질과 성향에 맞추어 그들을 통제하고 관리할수 있다면 좋겠지만, 본질적으로 재해발생의 모든 원인을 작업자 자체에서 찾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물론 재해빈발자에게 공통된 상황적, 소질적, 정신적 경향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반드시 재해를 일으킨다고 볼수는 없다.

 

또한, 재해빈발자에게 산재를 일으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재해빈발자를 사전에 테스트하여 선별하는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전에 적절한 직무분석을 전제로 한 선발과정도 필요하지만, 일단 뽑은 근로자를 능력과 적성에 따라 배치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산업재해를 줄일수 있는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는 위험기계의 안전화, 작업방법 및 작업환경의 개선이라고 할수 있다.

 

교육과 훈련 등을 통해 안전한 직무수행을 할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 작업환경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크다.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지고 나서 재해빈발자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재해빈발자에 대한 대책에는 무엇일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대책은 기술적, 교육적, 관리적, 심리적 대책이다. 기술적 대책은 위험성이 큰 작업은 사람대신에 기계로 대체하고, 어렵고 복잡한 작업은 쉽고, 간단한 작업으로 변경해야 한다. 교육적 대책은 재해빈발자에 대한 개인의 특성을 파악한 후에 교육계획을 짜고, 지식과 태도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관리적 대책은 적성검사를 통해 적정작업에 배정하고, 사고우려자를 집중관리하는 것이다. 심리적 대책은 모랄서베이기법 활용하거나, 관찰법, 사례연구법, 태도조사법 등을 활용하거나 개인면담을 실시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산업재해예방을 위하여 근로자의 부적응적인 심리를 진단하고 상담활동을 통하여 근로자의 정서적 안정과 동기부여를 하는 산업안전심리상담사도 생겼다. 

 

심리적 대책 중 모랄서베이(Morale survey)기법이란 사기조사법, 태도조사법이라고도 하는데 직원이 자신의 직무, 직장, 상사, 처우 등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측정하고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측정결과를 토대로 인사관리, 노무관리 및 복리후생 등의 개선하여 직원의 근로의욕을 높임으로서 산재를 방지하고 조직의 목적에 기여하게 된다. 기업들이 점차 대형화되어 감에 따라 조직의 관료화가 고착되고, 경영자와 근로자사이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어렵게 되자 모랄서베이 기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모랄서베이 기법은 관찰법과 태도조사법이 있다. 관찰법은 관찰을 통해 직원의 활동과 성과를 기록하고, 그 추세와 갑작스러운 변화 주의하여 근로의욕과 태도를 파악한다. 불평불만의 횟수와 내용, 결근율, 이직율, 재해율, 작업실패율 등이 그 지표가 된다. 태도조사법은 인터뷰나 설문지 등을 이용하여 근로자의 태도와 의식상태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인터뷰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로 설문지에 의한 방법이 채택된다.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 ㅑㄴsHttpsRedirect=true&blogId=brainmindmap&logNo=71057354&view=img_1

가르시아 효과는 뇌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에도 뇌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것이 있다.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하는 것은 머리가 수영하는 법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마치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과 같이 느껴지는 이 현상을 절차기억이라 한다. 절차기억은 반복된 신체동작이 뇌를 계속 자극하여 장기기억으로 옮겨진 것으로 특별한 노력 없이도 언제든지 꺼내 쓸수가 있다. 산업안전분야에서 이러한 원리를 활용한다면 평소 작업습관을 교정하여 안전한 작업습관을 내재화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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