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되기 46부 - 장마철 침수방지 대책, '빗물받이 뚜껑'의 장판을 제거하라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비가 엄청 내린 날이 있었다. 아침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출근 후 차를 회사 주차장에 두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며 주택가의 경사진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대부분의 빗물받이 뚜껑이 장판으로 덮여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 지역은 우수와 오수가 한 개의 하수관으로 흐르는 "합류식 하수배제방식 지역"으로, 비가 오지 않는 평상시에는 주로 생활오수가 하수관 내부로 흐르게 된다. 빗물받이에는 비가 올 때 빗물이 유입될 수 있도록 뚜껑에 구멍이 있고, 아래쪽에는 빗물과 함께 유입된 토사가 침전 될 수 있도록 15cm정도 높이의 홈(이토층)이 있다.
이러한 설계 방식으로 평상시에 흐르는 생활오수는 빗물받이 아래쪽의 홈(이토층)에 정체되어 부패되고, 이때 발생되는 악취가 뚜껑의 구멍을 통해 위쪽으로 올라가게 된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빗물받이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차단하기 위해 이렇게 장판을 덮어두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같은 장마철에도 장판을 제거하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주변을 살펴봤다. 이 도로의 주민 입장에서는 굳이 장판을 제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주택의 대문이 도로보다 높고, 도로의 경사가 한쪽 방향으로 되어있어 빗물받이 뚜껑이 장판으로 덮여 있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빗물이 대문을 통해 주택 내부로 유입되지 않고, 도로를 따라 아래쪽으로 흘러 내려가기 때문이다.
도로 주변의 주택은 별 문제가 없어보일지 몰라도 아래쪽 지역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집중호우때 이렇게 높은 지역의 빗물이 하수관로로 유입되지 못하고 도로를 따라 흘러가면, 지대가 낮은 지역에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지대가 낮은 지역에 한꺼번에 모인 빗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않으면 저지대 주택이나 건물의 지하층 등으로 흘러 들어가 침수를 유발할 수 있다.
내가 사는 지역 뿐만 아니라, 하류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장마철에는 빗물받이 뚜껑의 장판을 제거해야 한다.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범국민 빗물받이 장판 치우기 캠페인'을 시행해야 한다.
가끔씩 "설계빈도 강우까지는 안전한 것 아니냐?", "이 지역에는 비가 많이 내린 적이 없어 안전하다", "이 지역은 지형적으로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안전하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고는 이런 '무지함에서 오는 확신' 때문에 일어난다.
안일하게 안전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설계빈도 이상으로 내릴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 지역에 지금까지 비가 많이 내린 적이 없다고, 앞으로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하는지?", "지형적으로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안전하다는 것은 무슨 근거인지?" 라고 말이다.
이제는 저지대 지역, 건물 지하층은 침수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이에 대한 사전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빗물받이의 장판을 제거하고, 하수관을 청소하고, 저지대 주택이나 지하층에 차수판을 설치해야 한다.
지난해 발생했던 '강남 맨홀 사망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형 우수관로 맨홀 뚜껑에는 '추락방지망'을 설치해서, 맨홀 뚜껑 열림에 따른 인명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정한 계획은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계획이 계획대로 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즉, 우리가 설치한 하수관과 같은 배수시설이 빗물을 소화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다시 말해 하수관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비가 내렸을 때는 침수가 발생해 큰 인명사고와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진정한 계획은 이때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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