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산재노동자추모일」 기념 첫 국제세미나 개최,,, 재해예방 위한 '자율안전관리' 논의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 1소회의실에서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이 주관하여 세계산재노동추모일을 기념한 국제세미나가 '자율안전관리 기반의 중대재해 예방 방안'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세계산재노동자추모일'은 1993년 태국의 장난감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노동자 188명이 사망한 사고를 이를 기리기 위해, 1996년 4월 28일 국제연합(UN)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각국 노동조합 대표자들이 추모의 촛불을 들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19개 나라에서 법정기념일로 삼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더 이상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념일의 진정한 의미를 새기는 일이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첫 국제세미나이다. 안전보건공단, 뉴스핌, 법무법인 사람&스마트가 후원하고, 재단법인 피플, 국회의원 전해철, 대한산업안전협회, 한국안전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해 진행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개정(2019),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2021) 등으로 최근 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투자가 대폭 증가했음에도 중대재해가 감소하지 않고 있는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미국·일본·영국의 안전보건 전문가를 초청하여 여러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영순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 전해철 국회의원,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백종배 한국안전학회 회장, 양정숙 국회의원 등이 개회사와 축사를 통해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현실을 유감을 표했으며, 이날 진행된 세미나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진 안전관리 제도를 살피고 시사점을 찾아 현실적 대책을 도출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행사에서는 미국, 일본, 영국 및 한국의 안전전문가가 각 국의 안전정책과 제도, 안전관리 기법 등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시사점과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의견을 개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먼저 최광석 일본 노동안전위생종합연구소 안전영역장이 '일본의 중대재해 방지반안에 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그는 최근 일본의 노동재해는 뚜렷한 사망자 감소를 나타내고 있고, 재해유형으로는 한국과 비슷하게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많은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경우 특징적으로 고령자와 외국인 사망자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최광석 안전영역장은 "일본의 경우 노동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1958년부터 2023년까지 14차에 걸쳐 각종 재해방지대책을 수립·시행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 '노동자 한명한명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자'라는 목표아래, 개별적이고 작업자별로 안전관리하도록 변화하고 있다"고 일본의 안전활동을 소개했다.
또한 " 일본은 실험을 기반으로 한 안전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중재재해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규정, 안전조직, 전문가 양성과 함께 안전장치 개발, 재해조사와 사고방지에 관한 연구도 함께 실시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데이빗 존슨 주한미군 안전국장은 미국 산업체에서 적용하는 위험관리와 위험성평가에 대한 국제기준의 요구사항과 영국, 호주, EU 및 미국의 위험성평가 관련한 규제상황을 소개했다. 또한, 효과적인 위험 저감과 사고방지를 위해 필요한 사고 전 예방조치와 사고 후 피해 최소화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위험원(Risk Sources), 위험동인(Risk Drivers), 위험노출, 잔여위험, 위험촉발요인, 사고에 이르는 위험관리 메커니즘의 전 주기에 걸쳐 위험통제 및 완화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체계적인 위험관리를 통한 위험의 통제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죠 리에코 일본 국립나가오카기술대학 교수는 '중대재해 방지를 위한 선진기술의 적용에 관한 고찰' 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기존의 정량적 안전성 평가뿐만 아니라 주관적 행복감과 심리적 행복감의 주관적 요소 등을 평가하여 적용함이 타당하다”면서, “AI, IoT, ICT 등 첨단기술을 기계안전 분야에 활용하고 위험 감소의 우선순위와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전규찬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교수는 화상 영상을 통해 '효과적인 산업안전보건 규제시스템의 핵심은?" 이라는 주제로 영국 산업안전보건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으며, "규제 시스템을 정리하고 목표 기반규제는 기업에게 방임적인 관리를 하도록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효과적인 안전보건 규제를 위해서 ▲정부의 명확하고 효과적인 리더십, ▲정부, 사업주,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의 협력 필요성, ▲위험의 생산자가 조치의 책임자라는 인식,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 핵심이라는 이해, ▲빠르게 변하는 산업계에 대응,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량 차이의 인식 및 지원 등 여섯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한국 측에서는 안전전문기관 및 학계를 대표하는 전문가와 안전정책 경험자가 나서서 사업장과 한국의 현실을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였다.
강태원 대한산업안전협회 부장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의 참여와 협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사고를 줄이려면 근로자의 실수를 비난하는 규제기반 대응에서 벗어나, 업무수행 중에 근로자가 불안전행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근본원인을 파악해 개선하는 개선기반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조직의 안전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구성원 스스로 안전관리 과정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안전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신인재 한국교통대학교 교수는 '노동안전의 역사적 고찰과 위험성평가와 자기규율의 의미'라는 주제로, 산업안전의 발전과정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관점에서 산업안전이 지향해야 하는 좌표를 살펴보았다. 영국 산업안전보건법의 근간인 산업안전위원회, 감독기구, 위험성평가 그리고 자율규제 시스템에서 사업주의 ‘적절한’ 안전조치에 대한 입증책임을 소개하면서 "현재의 시점이 정보과학 발전의 뒤안길에서 분리되는 고용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인 과제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임영섭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는 '규제방식의 관점에서 본 안전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산업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원인이 잘못된 규제방식에 있다고 분석했으며 새로운 접근방법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효용성이 다한 규제방식을 버리고 목표는 부여하되, 구체적인 조치방법은 사업주가 선택하도록 하는 목표기반 규제로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도 하위규정의 정비차원이 아니라, 법률의 규제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과감한 개혁을 하지 않으면 무늬만 자율규제인데 그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후 법무법인 세종의 문기섭 고문이 좌장을 맡아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토론회에는 앞서 발표한 발표자들과 함께, 안전전문가, 학계 관계자 뿐 아니라 기업 관계자 등 150명 이상이 각 안전선진국들이 재해를 감소시킬 수 있었던 구체적인 방법 등에 대하여 심도있게 질의하고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단법인 피플 이영순 이사장은 “이번 국제세미나가 기대 이상의 관심 속에 정체상태에 빠진 산재감소 방안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면서, 이번 국제세미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더 발전시켜 나갈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