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되지 않는 산업안전보건표지, 재해예방 위해 명확한 기준 마련 필요

- 산업안전보건표지, 재해 예방을 위한 의사소통의 중요한 도구 - 표지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 필요

2023-04-21     김희호 대학생 기자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가 필수적이다. 그 중에서도 의사소통과 정보전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산업현장에서 위험을 알리는 표지들 또한 위험 의사소통의 중요한 매개체다.

 

작업자들은 안전보건표지를 통해 작업장 내 위험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안전보건표지는 도리어 작업자의 안전의식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어 표지관리에 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7조(안전보건표지의 설치ㆍ부착) 1항에서는 '사업주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장소ㆍ시설ㆍ물질에 대한 경고, 비상시에 대처하기 위한 지시ㆍ안내 또는 그 밖에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사항 등을 그림, 기호 및 글자 등으로 나타낸 표지(이하 이 조에서 “안전보건표지”라 한다)를 근로자가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설치하거나 붙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안전보건표지 관리에 대한 부분은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표지 관리가 미흡하게 이루어지고, 안전보건표지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표지가 누락되거나 손상된 경우가 발생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KOSHA GUIDE Z - 28 - 2022) 안전보건표지 설치 및 유지관리에 관한 지침 5.2장 안전보건표지의 유지관리에서는 '모든 안전보건표지는 의도된 기능을 적합하게 나타내도록 정기적인 점검과 세척이 필요하며, 작동에 지장이 없도록 상시 전력 공급에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구체적인 관리 기준은 미흡한 실정이다.

 

 

산업안전보건표지의 관리 실태

2019년 한국안전학회지에 실렸던 김경우의 「안전보건표지의 관리 실태와 이해 용이성」 연구보고서에는 '안전보건표지에 대한 관리실태가 2004년 이후 조사 된 바가 없음을 감안해 본다면, 현행 안전보건표지의 관리실태와 기초적인 이해 수준을 점검하는 일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언급된 바 있다.

 

ⓒ 산업안전보건표지 관리 실태조사/출처 : 「안전보건표지의 관리 실태와 이해 용이성」, 김경우

연구를 통해 안전보건표지의 관리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실태조사를 한 결과, 사업장에서 안전보건표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비율이 약 77%로 선행연구에 비해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현실적인 관리수준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리대장 작성의 경우 주로 대기업에만 해당이 되었으며, 규모가 작은 사업장은 체계적인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표지를 세척하고 관리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사업장은 교체하는 개념으로 표지를 관리하고 있었다. 주요 유해위험 요인과 관련한 표지의 부착 현황은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실태조사 시 추가로 조사한 면담 내용에서 그 원인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 담당자는 안전보건표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 상당히 공감하고 있으나, 안전보건표지를 구성하는 픽토그램의 이해 어려움, 표지의 다양성과 함께 모호한 표지의 부착 범위(예, 컨베이어벨트에서 부착 범위는 어디까지 유효한지 등) 등은 안전보건표지 관리비용 문제와 함께 무분별한 표지 부착 문제를 함께 야기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즉, 안전보건표지 기술지침의 구체화 및 이를 위한 관련 연구 필요성을 야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표지의 교체에 따른 비용이 상당하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안전보건표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타 분야의 표시관리 현황

지난달 6일 행정안전부는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을 시행한 지역에 대한 사업 효과성을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6.3%,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33.4% 감소했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잦은 곳 개선사업 효과 분석 결과/출처 :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또한 같은 달 22일 국민권익위원회(국민권익위)는 연 20만여 건에 달하는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5년간 교통 민원 1,535건을 분석해 경찰청,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전국 도로 노면표시를 일제 정비한다.

 

교통 민원을 분석한 결과, ▲ 교차로 통과 시 차로 선형 불일치 ▲ 교차로 앞 좌회전·직진표시 불분명 ▲ 교통신호와 노면표시 불일치 ▲ 차선 및 횡단보도 표시 훼손 등 운전자의 혼란을 야기하는 도로 노면표시로 인해 교통사고나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민원별 개선 사례(예시)/출처 : 국민권익위원회 보도자료

일례로 지난해 11월 사거리 교차로를 통과하던 차량과 옆 차로에서 주행하던 차량이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다. 해당 운전자들은 각각 1차로와 2차로에서 대기하다 직진 신호가 켜져 출발했는데, 교차로 통과 후 차로가 늘어나면서 주행차로를 착오해 서로 2차로로 주행하려다 발행한 접촉사고였다.

 

다른 사례로 2차로를 주행하던 중 직진 금지 위반으로 단속된 운전자도 있었는데, 직진 금지 노면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2차로가 좌회전 전용차로인 것을 인지하지 못해 발생했다.

 

국민권익위는 국정과제인 ‘국민이 안심하는 생활안전 확보’를 위해 대통령실 주재로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운전자 등의 혼란을 야기하는 도로 노면표시 개선사업의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했다.

 

운전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교통안전시설을 재정비함으로써 안전한 교통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업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작업자 안전을 위한 사업주와 정부의 표지관리 노력

작업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작업자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를 위해 사업주와 정부가 협력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표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적절한 관리와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과 이를 위한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는 체계적인 지원과 강화된 제도를 마련하여 산업안전보건표지 관리에 대한 인식과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세부적인 규정과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사업주도 적극적으로 산업안전보건표지를 관리하고, 이를 통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안전한 작업환경은 작업자들의 건강과 안녕뿐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생산성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산업안전보건표지 관리의 개선과 안전한 작업환경 유지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