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식혁명 50부- 인간의 '근본적 귀인오류'로 인한 문제점

2023-03-12     김훈 자문 위원

 

일본 후쿠치야마 열차사고

한국에서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나고 2년 뒤인 2005년 4월 25일 오전 9시 19분, 일본에서 승객 700여명을 태운 JR 서일본의 후쿠치야마선 급행열차가 탈선하여 10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전체 7량 전동차 중 4량이 레일을 이탈하였고, 기관사가 탄 선두차량은 인근 건물 1층 필로티 안으로 들어가서 주차된 차들과 함께 뭉개졌다. 2호 차량은 건물아파트 모퉁이에 부딪혔는데 3,4호 차량들의 이따른 충격으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다. 그래서 99명의 사망자가 1,2호 차량에서 나왔다.

1년 뒤 열차사고 추모행사에서는 기관사를 제외한 106명만이 명단에 올랐다. 기관사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여 그는 제외된 것이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속이었다. 제한속도가 시속 70km인 곡선 구간에서 116km로 내달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관사는 곡선 구간에 과속으로 진입하면서 비상 브레이크도 사용하지 않았다. 열차의 속도를 파악하여 제한속도 이상이면 자동으로 감속시키는 자동열차정지장치(ATS-P: Automatic Train Stop with Patterns)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미 사망한 23세였던 기관사의 법의학 검사 결과, 그는 음주 및 약물 중독 등 신체적으로 어떠한 의학적 특이사항도 보이지 않았고 정신적으로도 정상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위험구간에서 왜 규정속도보다 46 km나 초과해서 과속 운전을 했던 것일까. 

​​

사고를 일으킨 기관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JR 서일본에 입사하였고 시험을 합격하여 2004년에 기관사가 되었다. 사고 당일 그는 아침 출발역에서 이미 15초 늦게 후쿠시야마선 통근열차의 운행을 시작했다. 사고발생 직전의 역인 아타미역에 진입했을 때에는 무려 정시보다 34초가 초과된 상태였다. 전동차는 정차해야 할 이타미역을 그대로 통과하여 72m나 오버런(Over run) 한 후 자동정지시스템(ATS)의 작동으로 간신히 멈췄다. 기관사는 후진을 하여 3m 더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주행하고 나서야 열차를 정지시킬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열차는 이미 1분 20초가 지연되고 있었고, 이러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기관사는 몹시 초조해 했다. 기관사는 지연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직선구간에서 시속 125km까지 속력을 높였다. 츠카구치역을 출발하여 다음 역인 아마가사키역을 1.4km 남긴 곡선구간에 진입하면서 기관사는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열차가 시속 116km까지 떨어졌을 무렵, 열차는 레일을 이탈하여 튕겨져 나갔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1분 20초라는 짧은 지연시간을 만회하기 위한 운전의 결과였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1분 20초는 크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JR서일본에서는 매 열차가 초단위로 운행하고 있었다. 당시 JR서일본의 열차 운행의 정시도는 매우 정확하여 찬사를 받고 있었는데, JR서일본은 열차운행시간을 초단위로 점검하며 기관사들을 압박했다.

당시 사측이 정해 놓은 이타미역의 정치시간은 15초였다. 기관사가 정확한 운행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강력한 징계가 뒤따랐다. 징계는 해고, 면직, 인사고과 감점, 성과금감액, 교육훈련 등으로 이루어졌는데, 교육훈련은 말이 좋아 교육훈련이지 일종의 벌에 가까웠다. 

기관사는 한 달에 10만엔 정도의 운행수당을 받는데 운행 지연과 오버런의 경우 5만 엔의 감액이 이루어졌다. 사고기관사는 2004년 이미 오버런으로 인해 5만 엔의 성과급 수당이 감액된 바 있었고, 당시 13일 간 교육을 받으며 승무정지 처분도 받았다.

교육훈련은 징계 가운데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역사내 독방에서 하루 종일 실수에 대한 반성문을 작성하거나 운전 교본, 취업 규칙 등을 베껴 쓰게 하고, 화장실 출입조차도 보고해야만 했다. 관리자들은 제출한 내용을 가지고 비난한다든가,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모욕적 언사까지도 서슴치 않았다. 오죽 했으면 2001년 8월에는 전동차 전원문제 때문에 1분 지연운전을 했다는 사유로, 5일 간 일근교육을 받은 기관사가 자택에서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당시 일근교육을 같이 받았던 동료에 따르면, 사고를 일으킨 신참 기관사는 일근교육 후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신참기관사의 꿈은 신칸센 기관사가 되는 것이었지만, 그동안 누적되어온 벌점에 사고 당일 벌어진 감점사항들 합쳐지면서 그의 꿈은 멀어져 갔다. 사고직전 속도를 신속하게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비상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브레이크를 사용했던 이유도 계속되는 벌점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 사고는 한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조직 전체의 문제였다. 개인의 잘못도 한 몫을 했지만, 그 기관사로 하여금 그러한 상황으로 내몬 것은 조직내 시스템의 문제였다. 

 

ⓒ탈선 사고현장/출처- 나무위키
ⓒ사고당시 2호 차량 내부 모습/출처- 나무위키

 

​근본적 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인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는 그의 책 대인관계의 심리학에서 ​'근본적 귀인오류'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근본적 귀인오류란 어떤 사람의 행동의 원인을 추론할 때, 그 사람이 그러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적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과소평가하고, 행위자의 기질적 요인과 내적 요인은 과도하게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남이 부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 그가 나쁜놈이라고 판단하지, 그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그런 잘못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할 때는 다르다. 반대로 상황을 바꾸어 어떤 행위에 대해 좋은 결과가 나타날 때 그 사람의 능력을 인정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배경이나 환경의 영향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집단의 압력, 규범의 문제, 개인적 사정 등 한 사건의 원인을 파악할 때 여러가지 다각적인 측면에서 조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요인으로 돌리는 이유는 인간의 근본적 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러한 인지편향에 빠지는 것일까. 

첫째, 먼저 인간의 행위자·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을 생각해 볼수 있다. 내 행동을 설명할 때는 그 원인을 주로 외적, 즉 상황적 요인으로 해석하지만, 반대로 내가 관찰자가 되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말할 때는 그 원인을 행위자의 내적, 즉 기질적 요인으로 설명한다.

특히 서양인은 동양인보다 이러한 편향이 더 심하다. 만약 친구와 같이 길을 가다가 친구가 넘어졌을 때, 보통 우리는 '바닥이 매우 미끄럽구나, 어디 다치지는 않았니' 하고 물어보지만, 서양인들은 'Are you OK?' 하고 말한다. 이 말의 뜻은 너 약했니? 너 술먹었니? 너 어디 아프니? 하는 의미에 더 가깝다. 사실 이와 같은 행위자·관찰자 편향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결과에 대해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찾다 보면 그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인간이 진화해 온 방식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어떠한 사고의 원인에 대해 행위자를 비난하지 않으면,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비난의 대상이 없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그와 같은 사건이 또 발생했을 경우 책임질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인류는 항상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그 일에 대해 책임을 질 희생양을 찾는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앞으로 발생할 사고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

대부분의 많은 경우 이것은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애초부터 그 사고에 대한 근본적 원인이 개인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방향으로 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우리 몸에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는 20%를 사용한다. 생각하는데 에너지 소모가 매우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의 뇌는 미래에 발생할 지 모르는 비상상황에 대응하여 에너지를 비축해 놓으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생각하는데 에너지를 덜 사용하기 위해 고정관념(stereotype), 편견(prejudice), 휴리스틱(heuristic)등과 같은 도구에 의지한다. 즉 당장 눈앞에 현저하게 나타난 개인적 요인에 의존하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여 밝힐 필요성이 있는 상황적인 요인들에게는 귀를 닫고 눈을 감는다. 

넷째는 착각적 통제감 때문이다. 통제감이란 내가 나의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여 원하는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인간은 나 자신을 남들보다, 실제보다 더 나은 존재로 여기려는 성향이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모든 인간들은 대부분이 착각속에서 산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능력있고, 지능지수가 높아 더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것이 '착각적 통제감'이다.

인간이 이러한 착각적 통제감에 빠지는 이유는 그러한 착각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불확실하고 모호한 세상속에서 불안해서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는 이렇게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착각적 통제감은 운마저도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든다. 주사위나 윷을 던질때 낮은 숫자가 나오기를 원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살 던진다. 살살 던진다고 낮은 숫자가 나오리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이렇게 운 마저도 통제하고 싶은 인간의 바램이 착각적 통제감을 만들어 낸다. 

근본적 귀인오류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가 근본적 귀인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는 '깊이 생각하기'이다. 어떠한 일에 대하여 사람을 탓하는 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가장 적게 쓰는 방법이기 때문에 유한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과이다.

사고들은 언제나 여러가지 원인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가지 원인이 작용하여 선형적으로 바로 결과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현대사회와 같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복잡하게 엮여 있는 복잡계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을 단순화하여 빠른 시간내에 간단한 답을 찾으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

둘째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기'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양극화가 매우 심하다. 이 양극화는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등과 같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여성과 남성 등과 같은 젠더갈등, 진보와 보수 등과 같은 정치적 이념이나 신념,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와의 서로 다른 가치관 등 여러 분야에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근본적 귀인오류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관을 먹고 성장한다. 이분법적인 사고는 다른 사고의 원인의 존재가능성을 무시한다.

셋째는 '절대적 자유의지(free will) 버리기'이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환상일지 모른다. 사람들의 행위는 항상 주변의 여러가지 환경으로부터 영향과 제약을 받고 있다. 만약에 오늘 점심은 짬뽕이 먹고 싶어 중국집에 가서 짬뽕을 시켜 먹었다고 치자. 이는 전적인 나의 자유의지로 인한 것일가?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TV화면에서 짬뽕을 봤을수도 있고, 어제 마신 술 탓에 얼큰한 짬뽕국물이 댕겼을 수도 있다. 짬뽕을 선택한 것은 나의 자유의지라고 하지만 사실은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인간은 상황과 환경의 동물이다. 이들이 인간의 사고에 미치는 결과는 상당하다. 

과거에 발생했던 동일한 사고들이 계속하여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리가 근본적 귀인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후쿠치야마선 열차탈선사고를 근본적 귀인오류만을 가지고 사고의 원인을 찾고 그 대책을 세운다면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고는 계속하여 반복적으로 발생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수 있는 것은 인간은 결코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울수 없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사고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완전한 정보만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판단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리스크랩연구소 홈페이지링크:
http://www.riskla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