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되기 40부 - 마지막 남은 노장들이 사라지면 '기술력'과 '품질'은 어찌될까
중소기업에서 젊은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뉴스에서도 자주 나오는 얘기이다 보니,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자신과는 큰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리 대수롭지 않은 듯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최근 기자재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의 상황을 듣게 됐는데, 이쪽도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대개 정수장이나 하수처리장에 필요한 기자재를 다루다보니 스마트 기술력이 많이 발달했다고는 해도 모든 업무를 완전 자동화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주로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반해서 설치하고, 시운전까지 마쳐야 한다. 일부 제작 공종은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현장 맞춤형 제작, 시운전, 그리고 A/S 업무는 숙련도가 높은 엔지니어가 직접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중요 공종은 사람이 직접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중요 공종을 담당하는 책임 엔지니어분들이 60대이다 보니, 이분들이 갑자기 퇴사를 결심하거나 신변에 문제가 생겨 일을 못하게 되면 생산 공정 자체에 차질이 발생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기업의 상황은 부설 연구소의 연구 인력은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생산과 현장에서 근무할 인력은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업체도 젊은 친구들을 구하지 못해 다른 직장에서 퇴직한 60대 이상분들을 채용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근무하다보니 안전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기업은 연구 인력만 있다고 해결되는 곳이 아니다. 연구 결과를 현장에 적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생산과 현장에서 근무할 인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수질이나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설계, 제작, 시공하는 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개 설계를 담당한 엔지니어가 현장에 파견되어 시공 관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시공 관리를 위해 현장에 나가는 것을 극도로 기피한다고 한다. 폐수처리시설 건설 현장에서 몇 개월 동안 상주하면서 업무를 해야 하니, 이때 업무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 업체 또한 회사의 기술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엔지니어가 60대 이상이라고 했다.
평소에도 느끼고 있는 점이지만, 지금 50대 중후반 이상의 엔지니어분들이 퇴직하고 나면 우리나라 건설, 환경분야의 경쟁력이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도 현상유지도 어려워 현저히 낮아질 것 같다. 이 분들의 뒤를 이을 인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이 잘 못 되었는지, 기업에서 운영을 잘 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이런식으로 가면 국내 시장도 외국 기업에게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 이지 않을까.
“뭐가 그렇게 걱정이냐?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고, 자동화하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50대 중후반 이상의 엔지니어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기계로 대체하기 어렵다. 고도의 숙련된 기술적 판단을 요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고객의 요구조건을 파악하고, 변수가 있는 현장의 문제를 도출해서 해결하며, 여러 공종의 엔지니어를 리딩해야 하는 업무다. 이러한 분야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영역에 가깝다.
어쩌면 지금도 많이 늦었는지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젊은 친구들이 왜 이공계를 기피하는지, 업계로 진출한 인력마저 왜 다른 직종으로 이탈하는지, 왜 엔지니어의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기업들이 한해 목표를 재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달리자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아무리 목표를 설정한다고 한들, 인력난으로 인해 앞으로 달려나갈 젊은 선수가 없다. 해가 갈수록 선수의 수도 감소해 나간다. 전장에서 싸울 장수가 있어야 하는데, 힘이 빠진 노장들만 남은 꼴이다. 현재 마지막 남은 노장들이 사라지면 '기술력과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중앙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학계가 모여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국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아니면, 정원수를 채우지 못하는 대학에 개발도상국가의 학생들을 유치하고, 교육시켜 국내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도 안되면 외국 엔지니어들을 불려들여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도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 남은 노장들이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는 이들의 뒤를 이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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