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되기 38부 - 건설사업에서 설계도면의 작성 이유! 설계도면은 그림이 아니다
건설사업에서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이유는 시공, 즉 공사를 위한 것이다. 만약, 도면대로 시공을 할 수 없다면 비싼 비용을 들여가며 설계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현장 여건에 따라 설계도면대로 시공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 공사를 하다 보면 설계 당시에 파악하지 못한 지하 시설물이 있을 수도 있고, 지층 상태나 지하수위 등이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런 불가피한 사항이 발생하면 현장 여건에 맞게 설계를 변경해서 공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설계자들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시공이 불가능하다면 어떨까?
요즘 설계 업체들이 분업화되고, 조사업무는 아웃소싱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측량, 지장물조사, 토질조사 등은 아웃소싱을 하거나 분담이행 업체가 담당한다. 한마디로, 설계자와 조사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설계자들은 조사업체에서 넘겨 받은 자료를 토대로 현장 확인도 없이 설계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업체에서 큰 오류없이 조사를 했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조사자의 수준이나 숙련도에 따라 성과의 품질도 차이가 날 수 있다.
실제, 토질조사에서 측정한 지하수위가 정확하지 않거나 확인이 충분히 가능한 지하 시설물의 위치, 규격, 매설 심도의 부정확한 정보로 설계가 엉망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조사는 정확하게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자가 이를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해 잘못된 방향으로 설계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주에 현장답사를 한 사업의 경우, 조사의 오류와 설계자의 현장 미확인 사항이 많이 확인되었다. 그로 인해 설계도면대로 시공을 할 수 없는 구간이 많았다. 실제로 관경 1000mm의 대형 오수관로를 도로 가장자리 차선에 매설한다고 설계했지만, 이곳에는 통신관로, 상수관로, 가스관이 위치하고 있어 시공이 불가했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면 문제가 뚜렷하게 보인다.
이건 설계자가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도로 가운데 차선으로 옮겨서 시공하면 되지 않으냐?"고 할 수 있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도 맞지 않는 설계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또 다른 구간에서는 도면상 도로 밑에 하수BOX가 없어야 하는데,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일부구간을 제외하고는 하수BOX가 매설되어 있었다. 조사자는 어떤 이유로 잘못된 정보를 설계자에게 제공했고, 설계자는 아무런 확인 절차없이 이를 인용한 것이다. 이 또한 현장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바로 확인이 가능한 것이었다.
실제 이 부분은 심각한 문제였다. 왜냐하면 전체적인 계획 방향과 사업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초 설계대로 공사를 발주했다면, 이 구간은 시공이 불가능해 공사과정에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공사비가 크게 증가되고, 공사기간이 지연되는 방향으로 흘러 갈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우리가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이유는 공사를 하기 위한 것이다. 시공을 할 수 없는 도면은 설계도가 아니라 그냥 그림이다. 설계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공사를 위한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사람이다.
엔지니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정성을 다해 작업한 설계도면이 현장에서 이용할 수 없는 그냥 그림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부끄럽거나 허탈하거나, 심지어 자괴감이 들것이다. 만약,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진짜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 가짜 엔지니어, 민폐 엔지니어로 조직에 피해를 주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엔지니어는 반드시 철저한 현장조사와 기술적인 검토를 통해 그림이 아닌 공사를 위한 설계도면을 작성해야 한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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