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 되기 32부- 태풍 '힌남노'에 멈춰선 포항제철소가 남긴 교훈
태풍 힌남노로 침수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를 복구해서 완전 정상화를 하는데 최소 2년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뉴스의 보도를 접했다. 제철소 침수깊이가 1m로 뻘밭이 되었고, 침수되어 사용하지 못하게 된 생산설비를 교체하거나 수리 또는 청소하는데도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완제품 생산 라인의 복구가 지연되면 자동차, 조선, 가전, 건설 등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세수 감소로이내 포항시 재정에도 큰 손실이 발생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이러한 중요시설의 재해 취약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포항제철소는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수돗물 생산에 필요한 취수시설은 하천 바로 옆에 설치되어 있다. 정수장의 경우는 취수시설과 함께 하천 옆에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배수지와 함께 산에 설치된 곳도 있다. 후자의 경우 시설 설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산을 절취해 큰 사면이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하수처리장의 경우, 처리구역의 하수가 모이는 가장 낮은 지점에 건설하다보니 하천 옆에 설치되어 있는 곳이 많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경우도 해안가에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이런 중요 시설들의 위치가 재해 측면에서 안전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물론, 처음에 이러한 시설을 그 위치에 설치할때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리고 자연재해에 안전하도록 시설을 설치한다. 즉 홍수시 침수가 되지 않도록 부지 높이를 결정하고, 우수관로와 배수펌프 등의 여러가지 방재시설을 설치한다.
하지만, 건설 당시에 안전한 조건이었다고, 지금도 안전할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시설을 설계할때는 설계조건이 있다. 중요도에 따라 정해진 시설별 계획 빈도에 따라 침수가 발생되지 않도록 설계한다.
반대로, 강우량이 계획 빈도보다 커서 홍수량이 계획값을 초과하면 이 시설은 안전하지 않다는 말이다. 물론, 강우량이 계획 빈도보다 작은 경우에도 여러 복잡한 요인에 의해 침수가 발생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현재 시점에서 자연재해에 안전한 시설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우의 패턴과 강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비가 내리기도 하고, 며칠동안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기도 한다. 또한, 지속적인 강우로 인해 사면이 약해져 붕괴되기도 한다.
그러니, 하천이나 해안가 옆에 있는 시설은 침수에, 산 비탈이나 큰 사면 아래 있는 시설은 산사태나 사면 붕괴에 취약할 수 없다.
예를들어, 정수장이 홍수로 침수되거나 산사태로 시설의 많은 부분이 파손되어 가동이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 이 정수장이 도시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의 60%이상을 담당한다면? 그리고, 시설의 중요 부분이 손상되어 복구에 3개월이상 소요된다면? 도시는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가끔씩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설은 계획 빈도내에서 안전하다. 계획 빈도를 초과한 강우는 자연 재해에 해당되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나는 이런 사람들은 정말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도 이렇게 무책임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300년, 500년 빈도의 강우에도 안전한 시설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자는 것이다. 자연재해를 100%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수장이나 하수처리장의 경우 하천 범람을 대비해 차수벽을 설치하고, 침수에 취약한 지하시설에 차수문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전기실과 중요 기자재는 지하층과 지상1층을 피해 지상2층으로 옮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더불어, 정수장이 가동중단이 되었을때를 대비해 다른 정수장에서 용수를 공급하는 이중화 시스템도 구축해둘 필요가 있다.
"가만히 서서 물을 바라보기만 해서는 바다를 건널 수 없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연재해로 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 할 수 없다. 시설별로 재해 취약성을 평가해서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끝으로 포항제철소가 빠른 시간안에 복구되어 정상 가동되기를 기원한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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