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한국기업의 안전환경과 안전문화' 주제로 초청 강연 진행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11일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에서는 '한국기업의 안전환경과 안전문화'라는 주제로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인 박종선 회장이 강연자로 초청되어 특별 강연이 진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후 기업들의 조직내 안전보건 시스템 구축에 대한 관심은 어느 해 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반면 조직내 경영자나 조직원들의 안전문화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고충을 겪고 있는 안전보건 실무자들이 많다. 시스템구축을 위해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현장의 산재발생률 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전문화라는 것은 한순간에 만들어지기 어렵다. 아무리 IT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그 속에는 항상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고 정교한 메뉴얼과 수준높은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도, 그 조직내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올바른 생각과 인식,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 않으면 예측불가능한 산업 현장에서 '무사고 달성'을 하기란 도저히 이룰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에 가깝다.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된 박종선 회장의 강연을 통해 한국 기업의 안전환경 수준과 안전문화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한국기업의 안전환경과 안전문화
대한민국의 안전수준을 설명하기에 앞서, 한국인의 위험인식이 가진 특징은 무엇일까?
박종선 회장은 한국인들은 다수의 경우 "어떤 반응에 대해 격렬하고 빠르게 반응하고 쉽게 잊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위험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이 강하고, 재난에 대한 책임을 국가에 과도하게 부과하려 하고, 새로운 위험에 민감하지만 익숙한 위험에 두감하재난 발생원인과 메커니즘보다 책임소재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보다 책임소재에 집중하는 부분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가 기업에 많은 책임이 부여되는 만큼, 실제로 작업자들에게 그만큼의 책임이 부여되고 있는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으며, 독일사회학자 울리비 벡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한국은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안전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4년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15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6차 OECD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국가별 취업자의 안전의식을 비교한 결과, 대한민국은 안전 체감도 13위와 안전 중시도 12위로 모두 하위권을 차지했다.
박 회장은 한국은 사고발생시 국가, 기업 사회에 책임을 붇는 경향이 높다며, 국가나 제도도 필요하지만 국민적 안전에 대한 인식수준도 고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일본에 비해 안전보건 개별법 제정후 사망자수가 답보 상태인 이유에 대해 '뿌리깊은 안전불감증'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불감증의 원인으로 빠른 시간안에 많은 것을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적 풍토가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속성장과정에서 안전보다 경제적 효율성이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불안전한 행동에 대한 불이익이 없어 안전에 대한 국민 의식이 낮은 것이며, 이러한 부분은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안전문화란?
안전문화는 조직, 가치 ,규범, 행동, 시스템의 총체를 뜻한다. 박종선 회장은 안전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허드슨(hudson)의 안전관리모델'을 소개했다. 허드슨은 안전관리를 3단계인 ▲기술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중심 안전관리, ▲문화중심 안전관리로 나눠 정의했다. 그리고 기술 및 시스템중심의 안전관리로는 한계가 존재하므로, 문화중심 안전관리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이미 대기업에서는 안전문화 향상을 위해 기업내 안전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안전문화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중대재해처벌에서 기업에 요구하는 안전문화구축은 어느 부분일까?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산안법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기업의 사업주가 책임을 지고 안전문화를 구축하라는 의미가 강하며, 이 법이 의미하는 부분은 단지 시스템 구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구축하는 것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박종선 회장은 강조했다.
게스탈로라는 학자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접근법들에 대해 각각의 사고 감소 효과를 검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다양한 산재 예방 접근법들을 검토한 결과, '행동기반 안전'과 '인간공학적 접근 방법'의 사고감소 효과가 59.6%, 51.6%로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사고 보고 및 분석'과 같은 사후관리 방식은 효과를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검증됐다.
이는 정부의 개입이 안전사고 예방에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박종선 회장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통칭하며, '안전'이라는 것이 리스크(위험)가 없는 상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 상태를 제거하거나 최소화 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한다면, '안전문화' 또한 안전에 관한 의식·태도·관행·제도 등의 시스템의 총체에서 안전과 관련된 문제를 다른 일보다 우선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회 전반의 안전보건 현실
중소기업의 경우 최소한의 법적 요구사항을 갖추려고 활동하는데, 형식적인 문서 작성에 급급하고 법 이상의 자율적인 안전문화 형성을 위한 활동이 거의 없으며,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의지가 낮고 인력, 예산등 자원 역시 부족한 부분을 언급했다.
대기업의 경우는 경영진은 안전에 대해 강조하지만, 라인에서는 아직 생산일정, 품질 등과의 부분에서 최우선 순위에 대해 갈등과 외형적인 강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법에 요구하는 사항(문서)에 대해서 갖추려는 노력을 하지만, 안전에 관한 규정이나 매뉴얼 등은 현장 특성에 고려되지 않게 작성되어 그 효과성이 매우 낮고 이로 인한 작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후 기업의 안전문화에 대한 관심이 기업의 경우 법률에 대한 대응에만 집중하는 부분이 눈에 띄며, 언론에서 안전문화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전예방보다는 처벌에 대한 관심 증대, 근본원인보다는 계획, 예산, 관리체계, 그리고 경영자의 의식과 책임만 강조하는 분위기로 변화하고 결국 안전문화에 대한 관심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안전책임(관계)자의 역할
박종선 회장은 이 시대의 안전책임(관계)자에 대해 법과 정책 환경의 변화 시점에서 안전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근로자 개인의 인식변화에 초점을 맟줘 변화를 선도해야 하고, 안전문화 수준을 평가하고, 안전 의식과 행동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자신들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결과중심 보다는 원인중심과 인과관계에 더욱 집중한다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관점이 넓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개선할 수 없다" 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한 그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한 일관성 있고 치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며, 정기적인 정량적 측정을 통해 조직의 안전문화 위치를 파악하고, 명확히 나아갈 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하는 관리가 필요하고 강조했다.
강연을 마치며 박 회장은 "근본적인 안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기업의 책임, 안전전문가들의 지도조언, 근로자의 관심과 참여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대한산업안전협회 박종선 회장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를 취득했으며, 고용노동부 노사조정과장을 시작으로 서울남부지청장을 역임했다. 또한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