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인가, 처벌을 위한 '감독'인가,, 현장점검시 벌금·과태료 부과건수 급증

일부 현장은 현장점검시 과태료와 벌금처분을 합쳐 천만원 이상 부과,, 2022년 산업안전보건감독 발표에서 내세운 '다양한 차원의 예방 활동'의미는 이미 퇴색,, 안전보건공단의 패트롤점검과의 유대관계형성 절실

2022-04-15     지대형 안전보건 전문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많은 안전보건 전문가들이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보다는 현장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산업현장 1분기 점검·감독은 '처벌위주' 였다는 평가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고용노동부 현장점검·감독 결과 건설현장의 경우, 작년 1분기와 비교해서 많은 사업장이 벌금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관련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분기별 현장 점검 기간'이 아니라, '특별 감독 기간' 이었다고 한 목소리를 모았다.

 

점검시 문제가 많은 사업장의 경우 행정처분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번에 행정처분을 받은 내용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전인 21년에는 문제로 삼지 않았던 부분들이 많이 지적되어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로 산업안전보건관련 법령들에 명시가 되어 있는 사항지만, 이전까지는 크게 문제삼지 않았던 근로자휴게실 미게시, 안전교육장/현장출입구/조회장 비치 미인정, 작업변경 시 교육 미실시, 장비 내 안전보건표지 미부착 등의 부분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세세하게 문제를 삼아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사업장에서는 너무 과한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한 건설현장 관계 수급인 안전관리자는 인터뷰를 통해 "(현장점검을 나온 근로감독관들이) 감독과 점검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안전관리자 직무 교육 등을 통해) 보통 공단에서 패트롤 점검을 나와서 살펴보고 문제가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감독을 나오는 것이라고 배워 알고 있는데, 우리 현장은 공단의 패트롤 점검을 한번도 받아본 적도 없는데도 감독대상이 되서 과태료 뿐만 아니라 벌금까지 받았다" 며 고용노동부의 이번 현장점검에 대한 조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지난 2월 7일 '2022년 산업안전감독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 중에서 '고위험 사업장'을 선정하고 집중관리를 하며, 지방노동관서는 산업안전보건공단과 민간 재해예방기관과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해당 사업장들의 산업재해 예방활동을 상시 추진하여 선제적 예방 감독을 통한 사망사고 감축을 목적으로 산업 안전 감독을 진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점검·연계감독을 강조하며 패트롤 점검(산업안전보건공단) 결과에 따라 불량사업장에 대한 연계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1차 패트롤 점검에서 지적된 사항을 사업주가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를 공단이 2차 재점검하고, 불량사업장은 신속히 노동부의 감독으로 연계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  '2022년 산업안전감독 종합계획' 중 산업안전보건감독 주요 내용 /출처- 고용노동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안전관리자들의 협조로 약 2주간 180여 현장의 자료를 취합하여 확인해본 결과, 처음 필자에서 현장점검의 문제를 고발한 제보자가 말했던 '상식 밖에서의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들이 현장점검 후 지적받은 내용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전과 비교했을 때 조금 과하게 지적받았다는 인상을 갖게 했다.

 

<  현장점검후 지적받은 주요 사항>

1. 법령 요지의 게시 위반

2.시스템동바리 추락방지조치 미실시(안전난간대 일부미설치)

ⓒ고용노동부 2022년 1분기 건설현장 점검/감독 결과 [182개 사업장 자료 취합자료] / 출처-지대형 기자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고용노동부 조직에 '광역중대재해관리과'가 새로 신설됐다. 건설산재지도과에서도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신입 근로감독관들이 대거 임명됐다.

 

고용노동부의 한 현장 점검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근로감독관들의 인사이동이 많이 발생했다. 새로 업무를 맡게 된 근로감독관들에게 업무교육을 진행을 했는데, 거기서 주 점검사항으로 교육했던 내용들이 '법령 요지 게시'와 '시스템동바리 추락방지 조치'에 대한 사안들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많은 사례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 말했다. 또한 몇몇 근로감독관들은 이러한 상황때문에 "의도치 않게 현장점검시 근로감독관들의 업무공백이 조금씩 발생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수많은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1분기 현장점검·감독 결과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종사자는 인터뷰를 통해 "일부 현장에서는 과태료와 벌금처분을 함께 천만원 이상을 부과한 곳도 있다. 이러한 조치는 '건설 현장소장과 안전팀장은 일을 그만두고 나가라'고 하는 행위이다. 만약 고의성을 가지고 작업하는 노동자들에게 해(위험부담)를 끼쳐가며 수익성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업무를 했기에 받는 처분이라면 마땅히 처분받아야 할 사안이다." 며, "하지만 대다수의 사례가 잘 몰라서, 전파 교육이 잘못 이루어져 놓친 부분들인데, 이같이(지도조언 없이) 과하게 행정처분을 한다면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건설업계 종사자들을 두번 죽이는 꼴이라 생각한다." 며 울분을 토했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현장의 안전담당자들에게 안전 조치 사항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 공유, 업무에 대한 소통 등을 돕는 자리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장의 안전관리자들이 업무하기에 더욱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019년까지만 해도 소규모 현장의 사업주, 대규모 현장의 사업주로 나눠 산업재해 예방 및 정책관련 교육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코로나감염 전파 차단을 위해 집합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서 이러한 모임들은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와 건설업 종사자들간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지역별 안전관리자 협의체' 역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사업장의 안전보건활동의 애로사항 등이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에게 원활히 전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응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중견 건설업계에서는 수시로 나오는 정부와 지자체의 감독과 점검들을 두려움의 눈으로 바라보며, 제대로 된 대책은 어디서 알 수 있는지를 몰라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후 끊임없이 발생하는 중대재해로 인해 근로감독관들 역시, 과중한 업무로 인해 야근을 밥먹듯 하며 건강을 위협받는 근로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모두가 사업장의 안전을 위해 같은 목표를 두고 있지만, 서로간의 간극은 점점더 멀어지고 있다.

 

과연 방법은 없을까. 사업장 현장점검의 원래 취지를 살리고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연계감독이 방안이 될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취재를 통해 만난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들 대부분은 "사업장 현장점검은 ▲공단 관계자들이 패트롤 점검을 실시하고, ▲문제가 되는 사업장에 대해 감독을 요청하면, ▲노동부에서 감독을 진행한다"라고 답변했다.

 

안전보건 전문가들 역시 현장점검에 대해 "기술적인 능력을 갖춘 안전보건공단에서 1차 패트롤 점검과 2차 확인점검을 시행하고, 이를 통해 문제가 발견된 사업장에 대해서만 고용노동부에서 감독을 진행하는 방식의 '연계감독'이 절실하다" 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계 감독이 최근 근로감독관들의 업무 과부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고용노동부에게도 현명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무엇이 원칙이고 형식적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산업안전감독 계획 발표'에서 표명한 것처럼 그들의 모든 노력과 계획이 '종사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 이라면 처벌만이 사고예방의 해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수없이 진행하고 있는 현장점검과 감독이 원래의 취지를 퇴색하지 않도록, 처벌부터 할 것이 아니라 각 사업장의 현실을 살펴보고 그에 맞는 지도·조언을 해 주고, 사업장의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현장에서 함께 찾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