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고용노동부! 근골격계질환 인정기준 개정안이 관련 전문가와 경영계를 아연실색케하다

-고용노동부, “조선·자동차·타이어·건설업종 1년 이상 종사자에게 발생한 근골격계질병 조사 생략하고 산재 여부 판정”개정안 행정예고 -우동필 교수, “같은 직종이어도 사업장마다 세부 작업조건과 노동강도 다른데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무리한 시도” -김수근 박사,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 확인 없이 편의적 방법으로 인정기준 마련하여 기본원칙 위배, 업종과 직종 간 불합리한 차별 발생” -경총, “개정안 통과 시 해당업종 근로자 70~80%가 적용돼 심각한 현장 혼란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라며 심각히 우려 -어원석 교수, "안전보건경영에서 가장 기본인 '위험성평가'를 무시하는 처사,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고민해 온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들의 노고를 감안하지 않은 무심한 기준"라며 지적

2022-01-14     김희경 안전보건 전문기자
ⓒ근골격계질병 산재인정기준 개선방향 토론회 모습/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근골격계질환 산재신청으로 산재처리기간이 길어지자, 고용노동부가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근골격계질병 중 추정의 원칙에 의거한 '근골격계 질병 산재 인정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것에 대해 기업들 뿐만이 아니라 직업의학분야와 안전보건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 20일 고용노동부는 근골격계질환 산재인정시 추정의 원칙에 의거하여 특정 직종, 직력, 상병등 일정조건을 충족하면 재해조사를 생략하고 산재로 인정하는 '근골격계 질병 산재 인정 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개정배경은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산재신청이 급증(‘17년(1년간) 5,127건에 비해 ’21.6월(6개월간) 5,726건으로 두배이상 증가)하여 산재 처리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속하게 산재를 인정해줄 필요성이 제기되고, 근로복지공단 지침으로는 추정의 원칙이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아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정 주요 내용>

▲근골격계 질병 중 상병, 직종, 근무기간, 유효기간을 충족할 경우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는 규정 신설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 기준으로 6개 신체부위(목·어깨·허리·팔꿈치·손목·무릎) 상병에 특정 업종(건설·조선·자동차·타이어 등)·직종(용접공·도장공·정비공·조립공 등) 1~10년 이상 종사자 설정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된 주상병에 동반되는 동일부위 상병에 대하여도 업무관련성 평가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 신설

▲산업의학 전문의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개정

근골격계질환은 지난 2020년 한해 통계를 기준으로 산재 승인율이 80% 이상인 질병이기 때문에 이대로 법이 확정되게 되면, 산재 승인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등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달 20일까지 의견을 수렴 후 법안을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져, 지난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이하 경총)는 「근골격계질병 산재 인정기준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업의 안전보건실무자, 직업의학 전문의,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동필 교수는 “같은 직종의 작업이라도 사업장마다 작업방법 및 시간, 작업량과 시설, 휴식시간 등에 차이가 있어 노동강도가 다르다”고 설명하면서 “노동강도 차이에 따라 근골격계질병의 산재 여부가 달라지는데 정부의 추정의 원칙 적용(안)은 사업장별 노동강도 차이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또한 우 교수는 “객관적 작업조사 없이 마련된 비과학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한 기업이나 열악한 작업조건을 고수하는 기업이나 모두 동일한 산재승인 결과를 받게된다”며 “고용부 고시 개정은 기업의 안전보건 개선과 투자 확대 동기부여를 떨어뜨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김수근 박사는 “중량물 취급량, 부적절한 자세 횟수(시간), 진동노출 정도 등 업무상 요인과 특정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문헌검토로 확인 후 정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추정의 원칙 설정 방식이다”고 언급했다.

김 박사는 “그러나 고용부 고시 개정안은 업무요인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 통계접근으로 산재승인율이 높은 직종을 선정한 것에 불과하다. 기존 산재신청 집단을 대상으로 기준을 마련한 결과, 특정 업종·직종의 산재승인이 더욱 용이하게 되어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고시 개정안 개발과정에서 관련학회 토론회 및 자문위원회 회의 시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었으나 고용부가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근골격계질병 산재인정기준 개선방향 토론회 중 발제 모습/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前 인간공학회 회장인 김유창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금번 토론회는 학계 전문가는 물론 산업현장 안전보건 담당자, 노사정 등이 참석해 근골격계질병 산재 인정기준 개선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유창 교수는 " 전반적으로 토론참석자들이 산재승인의 신속성 필요성엔 동의하는 듯 하다. 다만, 추정원칙 적용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는 것 같다. 유해요인에 대한 추정인지, 직종에 의한 추정인지도 논란이다. 오늘 제기된 여러 내용에 대해 개정안이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되고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경총 임우택 본부장은 “해당업종 근로자 70~80%가 적용돼 심각한 현장 혼란과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신청 건수 증가로 처리기간 단축효과도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특정 업종 낙인찍기에 불과한 고시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임 본부장은 “지금도 산업현장에서는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온정주의적 산재 승인 결정이 반복되어 문제시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조선·자동차·타이어 업종 생산직 70~80%가 적용되는 고시 개정안 통과 시, 무분별한 산재보상 확대로 부정수급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지고, 이로 인한 산재보험 재정 악화는 결국 성실한 근로자 보호를 제한하는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고시 개정안이 산재보상과 예방활동 간의 연계를 바탕으로 마련된 산재예방체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라고 꼬집으며 “명확한 근거 없이 특정 업종을 ‘산재 위험 사업장’으로 낙인찍고, 정부 감독 수검 등 각종 제재를 발생시킬 것이 분명하다”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경총은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과 전문가 및 산업현장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 후, 고시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작성하여 행정예고 기간 중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토론회 이외에도 근골격계질환의 산재인정기준 개정안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안전보건 전문기업들에서도 분분하게 나오고 있다.

 

20년이상 근로자의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중량물 취급장비, 보호구, 매트 등 인간공학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선진국 제품을 벤치마킹하여 공학적 대책을 제시하고 있는 (주)에고테크의 어원석 CEO(연구소장)는 "금번의 근골격계질환 산재인정 기준안은 더이상 안전보건 전문기업이 기업들에게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근골격계질환 개선대책방안을 제시하기 어렵게 만들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일방적인 기준이다" 라고 지적했다.


 안전보건 실무를 강조하는 숭실대학교 안전융합대학원의 겸임교수이기도 한 어원석 CEO(연구소장)는 "기업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자율안전보건관리는 위험성평가(사전준비, 유해위험요인파악, 위험성추정 및 결정, 개선대책 등 5단계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안전보건경영에서 가장 기본인 '위험성평가'를 단칼에 무시하는 처사로 판단된다." 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 "그동안 근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현장에서 밤낮없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고민해 온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들의 노고는 전혀 감안하지 않은 무심한 기준이며, 4차혁명기술개발 등 다양한 기술적 및 공학적 대책을 산업현장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개발자들과 안전보건 전문기업들의 의지와 신념을 단번에 꺽어버리는 후진적인 법 기준이다" 라며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