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변이 예방을 위해 KF94 마스크 착용만이 효과적일까?
12월25일 연합뉴스에 “오미크론에 마스크도 뚫리나… 천 마스크는 그냥 장신구"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후로 다음날인 26일 서울신문에 “오미크론, 천마스크도 뚫는다…“KF94만 시간 10배로 번다”라는 기사가 실렸으며, 같은 시기 조선일보에도 “오미크론에 천마스크는 그냥 장신구... KF94 등급 써야 막는다” 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신종변이인 오미크론(COVID19 Omicron Variant)에 대해서 그 전염성이 이전 변이였던 델타(COVID19 Delta Variant)에 비해 빠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때문에 마스크 또한 좀 더 상향된 규격을 써야 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국외 동향을 살펴봐도 다르지 않는다. 지난 24일 CNN에는 “Why you should upgrade your mask as the Omicron variant spreads(오마이크론 변종이 확산될 때 마스크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이유)”라는 기사가 실렸다. 우리나라의 서울신문, 조선일보, 연합뉴스 기사의 원조격이 되는 기사이다. 동일한 날짜에 캐나다 CBC에는 “As officials encourage better masks to ward off Omicron, stores in Sask. sell out of them(관계자들이 오미크론을 막기 위해 더 좋은 마스크를 장려함에 따라 사스크에 있는 상점들은 이 마스크가 품절됐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또한 CNN 기사와 별반 차이가 없으나 마스크 피팅에 대한 언급이 있다.
N95 등급의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얼굴과 밀착(Fitting)이 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CNN 기사도 크게 강조되지는 않았지만, N95 마스크를 언급할 때는 잘 밀착된 N95마스크(Well Fitted N95 Respirator)일 경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제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기사에는 잘 밀착된 N95마스크라는 언급은 모두 빠져 있다.
잘 밀착된 마스크란 어떤 의미일까? 밀착이 잘 된다는 것은 마스크와 얼굴이 빈틈 없이 잘 맞아서 공기가 마스크의 필터부분을 통해서만 유입된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N95마스크는 제품의 인증을 부여할 때 사용자에게 얼마나 마스크가 잘 밀착되는지를 검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스크를 사용자가 구매해서 사용하기 전에 밀착검사(Fit Test)를 통해서 실제로 마스크가 성능을 발휘하는지 점검하는 것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N95마스크로 인증을 받았더라도 사용 전 밀착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N95마스크들은 시장에서 외면 받기 때문에 마스크 제조사들은 인증 요구사항은 아니지만 밀착이 잘되는 마스크를 개발하는 데 매진한다.
상기 사진은 N95마스크를 착용하기 전에 의무화되어 있는 밀착검사 방법의 예시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밀착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 소비자들이 N95마스크를 구입해서 밀착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을까?
미국 CDC는 여기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며, 그래서 N95마스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Your Guide to Masks” 웹페이지를 통해 의료기관 종사자(Healthcare Professionals)만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참고로 해당 가이드라인은 10월25일 업데이트된 이후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단순히 밀착검사와 상관없이 브랜드에서 제조하는 N95마스크는 다 좋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마스크 별로 차이는 있으나 좋은 마스크라도 밀착검사를 시행했을 경우, Pass/Fail 판정에서 50% 이하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Fail 판정을 받은 마스크들은 해당 착용자에게는 흔히 말해 새는 마스크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N95, 유럽의 FFP2, 중국의 KN95와 같이 KF94라는 자국의 방역용 마스크 규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CNN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마스크 규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우리는 KF94마스크를 쓰는 것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KF94마스크는 밀착검사와 같은 요구사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정책은 유럽의 FFP2 마스크와 유사하다. 대신 KF94마스크 인증절차에 인증시험의 착용자들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밀착도가 나와야 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TIL(Total Inward Leakage) 또는 총누설률이라고 불리는 요구사항이 있다. 이것은 착용자의 마스크 외부와 내부의 미세입자(NaCl)농도를 측정해 마스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미세입자를 차단하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론적으로는 KF94 마스크는 밀착검사 없이도 어느 정도 성능을 보이는 제품이 맞다.
국내에 유통되는 KF94 마스크는 대부분 인증용 착용방법과 실사용 착용방법이 상이하다. 대표적인 예가 머리끈 고리이다. KF94 마스크는 귀에 걸어쓰는 형식으로는 식약청 총 누설률 요구사항인 11%를 이하(마스크 외부 입자가 마스크를 통과해 사용자의 코나 입으로 들어오는 비율) 를 만족시킬 수 없다. 그래서 머리 뒤로 마스크를 당겨써서 마스크가 얼굴과 완전히 말착될 수 있도록 머리끈 고리를 사용해야 한다.
미국의 N95마스크나 유럽의 FFP2마스크들이 머리뒤로 마스크 끈을 돌려 쓰도록 만들어진 이유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얼굴과 마스크의 밀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KF94마스크 사용을 권장할 순 있지만 필수적으로 머리끈 고리 사용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KF94마스크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머리끈 고리 방식을 갖고 있는 특이한 디자인의 마스크이다. 하지만 실제로 머리끈 고리의 사용률은 매우 저조하기 때문에 인증용 착용법 따로, 실사용 착용법 따로인 비정상적인 방역제품인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머리끈 고리방식은 실제로 적용했을 경우 귀에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착용자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KF94마스크의 사용이 권장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5TECH 홈페이지 링크: http://5te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