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19] 아기돼지 3형제 3번돼지의 각성

2021-12-10     권영구 자문 위원

 

1. 같은 부모

분명 부모는 같았다. 아기돼지 3형제가 따로따로 입양되었다는 구절은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1번과 2번은 부실공사를 일삼으며 게을리 살았고, 3번만은 성실하고 확실하게 일처리를 해냈다.

 

1번과 2번은 집 지을때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짚더미와 나무로 대충대충 집을 짓기로 한 것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 3번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 건성

엄마가 3형제를 독립시키며, 각자 알아서 생존하라고 내보낸 것이 동화의 시작이다. 엄마가 그만큼 자립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생존을 위한 생존기술 정도는 미리 가르쳤을 확률이 높다.

 

3번은 그 가르침을 충실히 숙지하였고, 1번과 2번은 건성으로 듣고 흘렸을 것이다. 어려운 시험문제가 출제되면, 시험후 첫수업시간에 모두 큰소리로 외친다.

"안배운 문제 나왔어요."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다 말씀해 주신 것인데...'

 

 

3. 엄마 입장

엄마입장을 생각해 본다. 몇년 몇월 몇일 자립의 로드맵도 이미 통보했고, 필요한 기술도 전부 가르쳤다.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보호자로서 마지막 확인과정을 거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스스로 자기 한 몸 알아서 챙길 준비가 되었는지, 최종 검증을 해보았어야 한다. 3번 돼지가 아니었다면 졸지에 아들 2명 동시에 잃을 뻔 했다.

 

 

4. 형들 입장

1번 2번 돼지 입장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늘 엄마의 보호속에 베짱이 같은 삶을 살다보면, 노력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귀찮을지 모른다.

 

실력보다 중요한 부분이 판단력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 발을 뻗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을 잘해야 한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판단력이라도 있으면, 적어도 최악의 위기는 피할 수 있다. 이번에는 운좋게 3번 동생 벽돌집으로 대피해서 살아남았지만, 이대로 나아지지 않으면 다음은 장담하기 어렵다.

 

 

5. 각성

3번에게는 기립박수를 보내야 한다. 가장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학교선생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흡수했다. 형들의 게으르고 나태한 방식에 물들지도 않으며, 나홀로 각성에 성공했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남탓 환경탓을 하면 그 순간 내 마음은 가벼워질지 모른다. 결국 관건은 나의 자세다. 아무리 황당하고 억울한 상황이라도 정신만 바짝차리면, 누구나 3번 각성돼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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