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02] 상처받은 상대와의 대화법

2021-08-10     권영구 자문 위원

 

 

1. 김대리의 불만

"팀장님, 얼마전 우리 부서로 옮기신 정대리님이 저를 너무 괴롭히세요.

저보다 선임이고 나이도 많으시니,

제 실수에 대해 조언해 주시는 것은 감사히 들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디서 이런 식으로 일을 배웠냐느니,

이렇게 일처리하고도 그동안 잘 버텼다느니 하시는 말은 정말 참기 힘드네요."

 

김대리가 그동안 남몰래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다. 오늘은 작정하고 팀장에게 쌓인 감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팀장은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

 

 

2. 팀장님의 판단

"말을 들어보니, 그건 김대리가 잘못을 했구먼.

XX물산 업무는 두 사람이 같이 하기로 한 일인데,

아무리 몸이 아프더라도 기한을 넘기면 어떡해.

 

미리 양해를 구한 것은 잘했지만,

그래도 정대리에게 피해를 준 것은 맞잖아."

 

남이 어려움에 처한 이야기를 들을 때, 조심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자꾸 판단하려고 들면 안된다. 지금 김대리는 존경하는 재판장님 앞에서, 진실을 가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니다.

 

팀장이 저렇게 말하면 김대리는 괜히 말했다 후회만 한다. "아, 예~.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의례적 인사올린 후 다시는 고민이야기 하지 않는다. 팀장만 혼자 흐뭇한 표정이다.

 

'이렇게 깔끔하고 명쾌한 분석이 어딨어.

내가 봐도 좀 멋진듯.

왜 다들 나한테 고민 상담하러 안오는 거지?'

 

 

3. 대화법 공식 5 Step

1) Step 1. 공감

"아, 정말 힘들었겠네. 누구한테 터놓고 말하기도 어려웠겠어."

 

어쨌거나 상대는 상처입고 괴로운 상태다. 아픈 마음부터 어루만져 주는 것이 순서다. 대뜸 솔루션을 이야기하려 들면, 엘리베이터 문처럼 3초만에 상대방 마음이 닫히고 만다.

 

2) Step 2. 지지

"같은 대리지만 정대리가 선임이라 김대리 입장이 애매할 수 밖에 없었겠어. 그래도 욱하지 않고 선배 대접해 주며 참은 것은 참 잘한 행동이야."

 

상대가 이렇게 고민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지지를 해주어야 한다. 무슨 그런 고민을 하느냐며 묵살하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핀잔을 주면 곤란하다. 정말 상대방 행동에 문제가 있더라도 아직은 잣대를 들이 댈 단계가 아니다.

 

3) Step 3. 도움

"정대리와 껄끄러운 대화할 상황이 생기면 아예 나도 부르고 다같이 말하자구. 내가 끼면 함부로는 못할꺼야."

 

상대가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도울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면, 기꺼이 지원을 약속한다. 도와줄 아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대에게는 없던 힘이 샘솟는다.

 

4) Step 4. 협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할테니까, 김대리도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래. 정해진 일은 웬만하면 기한을 꼭 맞추도록 노력해주면 좋겠어. 김대리가 조금 게으른 면은 있쟎아."

 

팀장의 해결책에만 막연히 기대도록 하면 안된다. 도울 부분은 확실히 도움을 약속하되, 상대도 필요한 노력을 하며 같이 해결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이 고치면 좋을 내용에 대한 조언도 슬쩍 끼워넣으면 더 효과적이다.

 

5) Step 5. 존중

"그 동안 좀 어땠어, 그전보다는 좀 나아졌나? 쉽지 않았을텐데 그동안 김대리가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나도 도우려고 신경은 썼지만, 김대리가 정말 잘해주었어. 수고 많았어."

 

사건을 해결하는 솔루션은 결국 상대방 손에 달려있다. 주위사람이 대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이렇게 여러 단계 번거로운 대화를 나누는 것도, 결국 상대방이 자기 스스로 잘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와 안목을 가지도록 멘토링하는 과정이다.

 

 

4. 시작은 경청

이런 대화는 당연히 어렵다. 팀장이라고 해서 여러 사원들 자잘한 어려움에 대한 멘토링까지 능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경청'부터 시작하면 좋다. 마음이 급해져 먼저 묻기 시작하면 안된다. 말하고 싶은 사람은 상대방인데 이쪽에서 대화를 리드하며 대답을 자르기 시작하면, 상대는 절대 할 말을 하지 못한다.

 

"선생님, 배가 아파서 왔는데요. 어제 가족들하고 해수욕장 휴가를 갔다왔는데..."

/"됐구요, 묻는 말에만 대답해 주세요. 배는 어느 쪽이 아프세요?"

 

"요기 배꼽 언저리가 아픈데요, 밥을 먹고 나면..."

/"됐구요, 화장실 가서 대변보고 나면 덜 아프신가요?"

 

 

5. 언젠가 내게도 이런 일이?

앞에서 얘기한 5 Step 대화는 모든 분야에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이다. 어려움에 처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과 대화할 일이 많다면 분명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인다. 지금은 상대가 당신 앞에서 힘들어하며 아쉬운 자세이지만, 언제든 당신도 그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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