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이야기 4부 - 수소충전소의 문제점
수소경제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2년에는 수소차는 6만 7천대, 수소충전소 310기, 2040년에는 수소차 290만대, 수소충전소 1200기로 증가하게 된다.
현재 전국에는 60개소의 수소충전소가 있는데 특히 울산과 창원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울산은 정유 및 석유화학플랜트를 통해 값싸게 부생수소를 생산할수 있는 이점이 있어 수소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수소가격도 저렴하다. 창원의 경우 한국 기계공업의 메카였지만 쇠락해가고 있는 도시로 이에 대해 창원시에서는 2020년 7월 28일 2040 수소정책 비전선포식을 개최하며 수소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상태로 창원시에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 수소버스가 도심의 주요지역을 운행하고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에서 판매하는 수소의 가격은 kg당 8800원이며 울산은 좀더 저렴하여 7000원이다. 정부에서는 2040년까지 수소가격을 kg당 3000원이하로 낮출 계획을 갖고 있다. 수소충전소는 수소를 직접 생산하여 공급하는 on-site방식과 수소를 생산한 지역에서 수소를 이송하여 공급하는 off-site방식이 있는데 현재 설치되어 있는 대부분의 충전소는 off-site방식이다. on-site방식도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 따라 수전해방식과 도시가스 개질방식으로 나뉜다.
off-site방식인 수소를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이송하는 방식은 별도의 운송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설비 투자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문제는 수소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수소가 사용할수 있는 에너지의 1/3이 소모되며, 운송비용이 너무 높아 대산이나 울산등지의 화학플랜트에서 수도권으로 수소을 운반할때 드는 비용이 kg당 1.1~1.2만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on-site방식으로 갈수 밖에 없는데 수전해방식은 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도시가스 개질방식이 우선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충전소에서 직접 도시가스를 개질하는 방식은 기존에 구축해 놓은 가스배관을 이용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비용이 발생하고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결국에는 심야의 잉여전력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서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갈수 밖에 없다. 수전해 방식이야말로 이산화탄소 배출 등과 같은 환경 오염없이 블루수소를 생산할수 있다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수소충전소가 채용하고 있는 방식은 수소튜브 트레일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수소를 생산하면 수소는 튜브트레일러에 200bar의 압력으로 압축된다. 이를 수소충전소로 이송하여 수소차의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다시 최대900bar까지 압축되어야 한다. 수소차의 수소저장탱크의 압력이 700bar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소충전소에는 수소가스 압축기, 수소가스 축압장치 등이 설치되며, 수소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식혀주기 위한 냉각장치가 별도로 설치되어야 한다.
수소충전소의 가장 큰 문제는 수소폭발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수소는 자연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이다. 수소가 누출되면 공기보다 매우 가볍기 때문에 바로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따라서 수소충전소의 건물구조는 수소의 배출이 용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강릉수소폭발사고가 발생한지 한달여 뒤 노르웨이 샌드비카에서 수소충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하였다. 누출원인은 수소탱크에 설치된 플러그의 체결불량과 실링불량으로 인한 수소누출이 원인이었다. 정부는 사고이후 국내의 수소충전소는 무인으로 운전되는 샌드비카 수소충전소와는 달리 24시간 안전관리자가 상주해 있으며, 화재감지기, 수소가스누출경보기, 긴급차단장치 등 3중의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의 경우 많은 위험요인들이 존재한다. 수소충전소의 주요부품에 대한 국산화율이 매우 낮고 수소충전소의 시공 및 운영관리경험이 부족하며, 안전관리기술도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 안전관리역량이 미흡하면 설비고장 및 장애시 즉각적인 대응이 곤란하다. 또한 소방설비의 경우 수소충전소에 설치해야하는 소화설비에 대한 명시가 없어 설치자가 각자 위험성평가 및 성능위주의 소방설계를 통해 안전을 확보해야 하며,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한 언급이 없고,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서 요구하는 피해저감설비에 대해 소방설치법과 연계되어 있지 않다.
이는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해외선진국에서도 위험성평가에 기반한 성능위주 설계를 실시하기도 하며, 사양적 설계 시에는 NFPA, IFC, ISO 등의 기술코드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소방설비를 설치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같이 불명확하기는 마찬가지이다.
2017년 가스사고연감(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10년간 수소에 의한 화재·폭발·누출 사고는 12건이 발생하였다. 12건의 수소관련 사고중 화재 및 폭발사고는 8건이며, 4건은 파열 및 누출사고였다. 하지만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수소관련사고는 더 많아진다. 1998년 전남강진, 1998년 전북정읍, 1999년 서울 일원동, 1999년 안산, 1999년 하남 등 수소를 충전하는 애들벌룬과 수소용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총 22건의 수소충전소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특히, 2010년 8월 26일 뉴욕 그레이터 로체스터 국제공항 수소충전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2명이 크게 다쳤고, 이로 인해 공항은 약 50여분간 폐쇄되기도 하였다. 일본의 경우는 미국보다 훨씬 많은 사고가 발생하여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총 74건의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향후 본격적으로 수소충전소가 설치되는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몇 건의 사고가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수소의 폭발 가능 범위(공기 중 농도 4~75%)는 도시가스 (5.3~15.0%) 등 다른 물질보다 훨씬 넓고, 발화에 필요한 최저 에너지인 최소착화에너지(0.018mJ)는 도시가스의 주성분인 메탄(0.28)이나 프로판(0.25)보다 훨씬 낮아 더 쉽게 불이 붙을 수 있으며 연소속도도 도시가스보다 7배나 빠르다.
일반적으로 수소는 누출시 바로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증기운폭발(VCE)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수소도 대량으로 누출되면 증기운 폭발이 일어난다. 샌드비카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수소화염은 직사광선아래에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일단 고압탱크에서 제트화이어(Jet fire)가 발생하면 소화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수백억원을 투입하여 반밀폐공간내 수소차의 화재위험분석, 수소충전소 화재사고 대응기술개발, 수소충전소 안전장치 및 모니터링 국산화기술개발 등의 연구과제를 추진중에 있다.
문제는 수소경제사회의 실현이 수소안전과 보조를 맞추어 갈수 있냐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사고들의 원인은 항상 경제논리가 안전보다 선행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가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이 문제부터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리스크랩연구소 홈페이지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