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의 생각정원] 일에 대한 감각을 길러야 하는 이유?

2021-05-03     이종탁 명예 전문가 위원

 요즘 좋은 프로그램도 많고, 컴퓨터 성능도 좋고,  인터넷에서 정보도 많이 접할 수 있다.

곤대 같은 소리지만 예전과 비교해 보면 업무 환경이 엄청 좋아졌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업무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사람들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예전에는 전문기관에서나 가능했던 어려운 계산이나 해석, 분석 등도 일반 기업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질적 수준도 많이 향상 되었다. 물론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진 것과 비례해 한 사람당 처리해야 할 업무량도 증가하게 되었다. 

 좋은 프로그램이나 장비 등의 활용으로 직장 생활이 편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이나 장비의 성능이 좋아진 만큼 나빠진 것도 있다. 사람들의 '사고의 질'이 낮아졌다. 머리로 고민하던 것을 장비에 의존하다 보니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프로그램 돌려서 나온 결과입니다.”

​“이 결과가 어떻게 해서 나온 건지 설명 좀 해줘”라고 하면, 모든 일의 과정과 결과를 이렇게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다. 옳지 않은 현상이다. 모든 것을 프로그램이라는 도구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손이나 계산기를 사용해서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손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고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본질은 프로그램을 돌리는 그 자체가 아니다.

프로그램은 입력데이터가 엉뚱하면 결과도 엉뚱하다.  다시 말해,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즉, 정확한 데이터를 입력해야 결과도 신뢰할 수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계산해 낸 결과를 제대로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결과에 나온 숫자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숫자 뒤에 숨겨진 의미가 중요하다. 그래서 현장의 여러 가지 여건을 모델링해서 정확한 입력데이터를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그냥 아무 데이터를 넣어서 결과를 도출해서는 안된다.

얼마전에도 잘못된 데이터를 프로그램에 입력해 도출한 결과값을 그대로 설계에 반영한 현장이 있었다. 다행히 공사 과정에서 발견되어 향후에 문제가 발생될 부분을 보완 조치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적인 손실이 발생되었다.

만약, 공사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시설물의 용량이 부족해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고 장비가 좋아도 맹목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 결과값이 맞는지, 상식적인 범위내에 들어가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우리끼리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사칙 연산, 즉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이용해서 확인해 봐야 한다.”

실제로 그렇다. 최고 성능의 프로그램을 돌려서 계산한 결과라도 상식선에서 체크해보면 입력 데이터가 잘 못 들어갔는지, 중간 변수가 잘못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나 장비를 사용하는 단편적인 스킬만 있어서는 안된다. 프로그램이나 장비가 필요없다는 말이 아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활용 방법을 꼭 알아야 하고, 앞으로 더 좋은 도구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먼저, 일을 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전공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감각이 있어야 한다. 감각이 없으면 작업은 잘 할지 몰라도, 일은 잘하지 못한다.

"일을 한다"와 "일을 잘 한다"는 분명히 다르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은 성과를 내고, 상대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상대는 쉽게 말해 고객인데, 고객은 클라이언트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내에 상사, 부하 직원, 다른 팀의 동료들, 나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이 해당된다. 나의 실수로, 나의 부주의로 인해 상대가 고생하지 않도록, 내가 한 일이 상대를 만족시키도록 해야 한다.

직장은 프로그램을 돌리고, 장비를 사용하는 동아리가 아니다. 직장의 일은 취미 활동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장비가 있어도 "복잡 다양한 현상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해 정확한 입력 데이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감각이 있어야 한다.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장비에 의존하기보다 머리에 의존해야 한다. 즉, 자신의 머리에 의존해야 한다. 생존 경쟁이 치열해진 현실속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고, 자신의 머리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술, 특히 직장에서 수행하는 업무 영역내의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아무나 다 할수 있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준화 된다.

 프로그램이나 장비의 사용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프로그램이나 장비를 사용할 줄 안다고, 자기가 최고인양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건 착각이다.  그건 단순한 기능에 해당된다. 조금만 배우고 익히면 할 수 있는 영역에 해당되며, 쉽게 대체 가능한 부분이다.

그래서, 기술은 기본이고, 기술과 더불어 일에 대한 감각을 길러야 한다. 인사이트, 즉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감각을 타고나면 좋았겠지만, 타고나지 못한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각을 길러야 한다.

일을 하면서 많은 공부와 경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피를 토하는 고민을 하며 길러야 한다. 일을 하다 실수를 하거나 판단을 잘못해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철저한 자기 반성을 하며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자신이 대단하다는 착각, 자신에 대한 과대 평가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 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충해 나가야 한다.

자신에 대한 객관화는 쉽게 말해 고객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 보는 것이다. 고객이 봤을 때 나의 장점은 무엇이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럼,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금은 보일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감각을 길러야 한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정형화 되지 않은 것들이다. 이런 정형화 되지 않은 문제의 대부분은 기술적으로 바로 접근해서는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즉, 정형화된 문제로 재정의 한 후에 기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비정형화된 문제를 정형화된 문제로 바꿀 때 감각이 필요하다.

 

혹시, “이게 문제가 아닐까?”,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면 어떻게 될까?”라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감각이 있어야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대체 불가능한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다.

감각은 어떻게 보면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예술의 영역이다. 기술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에 예술은 모두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남과 차별화 될 수 있다.  즉, 예술의 영역인 감각을 기르면 차별화된 나만의 무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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