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의 생각정원] 어려운 업무를 해내는 방법, 당신의 뇌가 스스로 일하게 하라

2021-02-28     이종탁 명예 전문가 위원

 

먼저 한발 내딛기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두려울 때가 있다.

공부도, 일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처음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방법이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데 말이다. 시작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마음이 답답할 때가 많다. 모두 이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미루고 있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누가 대신 해 줄 사람도 없고, 스트레스는 더 쌓여 간다.

시험치기 전에는 숨 막히고 “빵점” 맞을 것 같지만, 막상 문제를 받아들면 술술 풀었던 것처럼 시작하면 해결할 방법이 보인다.

일을 하다보면, 팀원들이 난이도가 있는 프로젝트는 시작하지 않고 미루는 경향이 있다. 다른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시작을 못한다고 일단은 핑계를 댄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여유가 생기면, 이 프로젝트는 다른 이유 때문에 꼭 지금 시작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마치 이런 저런 이유로 본인의 말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마감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도 말이다.

 난이도가 있는 프로젝트는 그 만큼 복잡하고, 어렵고,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핑계, 저 핑계대며 시간을 허비하면,  허비한 만큼 본인에게 손해다. 나중에는 밤새가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직장생활하면서 제일 하지 말아야 할이 밤샘 작업이다.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도 백해무익한 시간이다. 아무도 반가지 않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밤샘 작업이다.

서로 뒤엉킨 실타래를 푸는데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앞에서 시간을 모두 허비했으니, 밤을 새워가며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쯤 되면, 마음은 조급하고, 남들은 퇴근했는데 혼자 또는 소수의 팀원들만 남아 밤샘 작업을 하게되니 짜증까지 겹쳐 뒤엉킨 실타래는 더 꼬인다. 여기저기서, 한 숨 썩인 짜증 소리가 들린다.

시작하는 것이 두려운 일 일수록 빨리 시작해야 한다. 두렵다는 것은 실타래가 엄청 꼬여 풀기 어렵다는 것이고, 그 만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렵다고 내팽게치고, 미루고 있으면 정말 두려운 일을 맞이하게 된다.

 일단은 자신을 믿고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머리, 아니 뇌를 믿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서 어떻게 해야할 지 전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뇌가 알아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대신 뇌에도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뇌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한다.

독일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Emil Kraepelin)이 이름 붙인 "작동 흥분 이론"에 따르면, 우리 뇌는 일단 시동이 걸리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와 같다. 뭔가를 시작해야 비로소 해당 부위가 활성화된다. 그 일에 더 열중할 수 있는 의욕을 만들어 낸다. 뇌를 작동시키지 않고 계속 미루면 끝끝내 못하게 된다. 시동을 걸어야 한다. 일단 일을 시작해야 뒤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뇌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된다.

일단 일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이 이름 붙인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이다.

우리 뇌는 진행 중인 일,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끊임없이 생각해서 잊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나 실패한 일을 오래 기억하는데, 언젠가 완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단 시작해 놓으면 뇌가 혼자 일을 하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도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문득 답을 알려준다. 잠을 자다가,  산책하다가, 운전을 하다가 그 일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내가 떠올리려고 해서 떠오른 게 아니다. 뇌가 혼자 알아서 실타를 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일을 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해야 방법이 보인다. 난이도 높은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알아서 진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을 시작해서 진행하다 보면 방법이 보인다. 그 방법대로 하다 보면 또 다른 방법이 보이고 해결책이 보인다.

강원국 작가는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뭐라도 써놓으면 글쓰기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쓸까 말까 망설이면 뇌의 편도체가 공포 반응을 일으키고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쓰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뭔가 써놓으면 그것에 살을 붙이고 어찌어찌 하면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불안감 초조는 창조적인 생각을 방해한다. 써놓은 몇 줄에 살을 보태면 되겠다 싶은 안도가 오히려 창의와 의욕을 복돋운다. 글쓰기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악재다.

불안과 공포는 불확실성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다. 

불확실성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라도 쓰는 것이다. 막상 쓰기 시작하면 불안감이 잦아든다. 그 이전의 생각은 부질없는 걱정이 된다. 한발 들어 놓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일단 써야 하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쓸거리는 써야 나온다. 머리로 쓰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쓰야 보인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 쓸 거리가 있어서 쓰는 게 아니고 써면 쓸 거리가 생각난다. 처음 쓴 몇줄이 실마리가 되어 그것을 단서로 얽힌 실타래가 불려나간다. 생각이 생각을 물고 오고, 글이 글을 써 나간다.”

일도 마찬가지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하고 망설이면, 뇌는 공포감을 느껴 더 시작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공포, 불안감을 없애는 방법은 일단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일을 시작하면 방법이 보인다.  방법을 모두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일을 하다보면 방법이 보인다. 생각이 생각을 물고 오고, 실타래가 술술 풀리며 일이 해결된다.

우리 뇌는 “패턴 완성 기능”이 있어, 어떤 일을 시작하면 그것을 완성하려고 한다. 일단 시작하면 미처 채우지 못한 공간은 뇌가 알아서 채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시작하기 두려운 일 일수록, 빨리 시작하자. 빨리 시작해서, 뇌가 스스로 알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하자. 우리 뇌를 믿자. 그러면, 자다가, 운전하다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해결책을 알려줄 것이다. “주인님, 이렇게 하세요”라고.

두렵다고 내팽게치고, 미루면 정말 두려운 일을 맞게 된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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