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인문학 수업 3부- 응급조치!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라
응급조치 및 보고
관리감독자의 업무 중 ‘응급조치 및 보고'는 응급조치에 대한 내용에 관점을 두고 이야기를 찾아보자.
응급조치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 조치해야 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응급조치를 ‘즉각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만 중시하고, 이를 위해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그렇게 조치하는 것이 응급조치이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한 연주회장에서 연주 중 바이올린 줄 하나가 끊어진다. 그러나 연주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주한다. 그리고 두 번째 줄이 끊어진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연주하며, 세 번째마저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줄만으로 현란한 연주를 마쳤다.
그 연주자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알려진 당대 이탈리아의 거장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 이다. 그의 경이적인 연주 실력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대가로 얻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우리는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파가니니의 천재성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의 천재성 뒤에는 철저한 준비와 연습이 있었다.
1797년에 15세 때 파가니니는 24개 연습곡의 작곡을 마쳤는데 너무 어려워서 그조차도 연주할 수 없었다. 1악절 1개를 100가지 방법으로 시도하면서 장장 10시간, 11시간 동안 연습하다가 쓰러지기도 했다.
파가니니의 명성은 나폴레옹의 누이인 마리아 안나(Maria Anna) 공작부인에게도 알려져 그녀의 부름을 받았다. 그녀는 여러 현으로 된 소리를 귀에 거슬려했기에 한 줄로 연주하는 곡을 써달라는 요청을 했고, 1810년 <나폴레옹>이란 제목의 G현을 위한 소나타를 작곡해서 몇 주 후 황제의 생일에 궁정에서 연주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파가니니는 이렇게 평소에 끊임없는 실험과 연습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렇게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파가니니가 연주를 하는데 연주회 중에 바이올린 줄이 차례로 끊어진다면? 한 개, 두 개, 세 개…. 그럼에도 파가니니는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 있게 연주를 이어나갔고, 이것은 당연한 노력의 결과였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항공기 충돌 테러가 발생했다. 그곳에 상주한 여러 회사 중 모건스탠리는 그 회사의 안전책임자 릭 리스콜라의 평상시 비상대응훈련 덕분에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평소 안전에 투자했던 결과 인적, 물적 피해를 최소화한 것은 물론, 고객이탈이라는 2차 피해까지 막을 수 있었다. 직원들은 매분기마다 사무실이 있는 44층에서부터 비상계단을 이용해 대피하는 훈련을 계속했고, 이에 불평하는 직원들에게 했던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였던 안전책임자 릭 리스콜라의 외침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연봉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생명입니다!”
“인간이 재난에 의해 충격 받았을 때, 뇌를 계속 움직일 최상의 방법은 똑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겁니다!”
사고 당일 직원들은 평상시 훈련처럼 움직여 대부분 무사히 대피했다. 릭 리스콜라는 혹시 남아있는 인원이 없는지 확인하러 갔으며,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현장에서의 응급조치는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여야 가능하다.
계획하고,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
- 안전 인문학수업 중에서 -
※ 저자는 2013년 안전관리자를 위한 <안전관리자 인문학노트>를 집필했고, 최근 두 번째 책 <안전 인문학수업>을 출간했다. 그는 인문학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안전관리의 해법을 찾고 있으며, 현재 대한산업안전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 mwlee2597@gmail.com)